매일신문

앗! 역주행...중앙고속도서만 2건 '아찔'

잇단 사고 대책 없나

주부 정혜진(34.대구시 수성구)씨는 최근 중앙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를 낼 뻔한 뒤 한동안 운전대를 못잡고 있다. 춘천에 다녀오던 길에 늦은 밤 군위휴게소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대구로 출발하면서 휴게소 입구쪽으로 들어섰다.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입구를 출구라고 착각한 것. 때마침 휴게소로 진입하던 화물차량이 경적과 함께 전조등을 비추는 바람에 가까스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업무차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대구와 안동을 자주 오가는 백인용(48.대구시 북구)씨도 마찬가지. 지난주 자정 무렵 군위휴게소로 들어가던 중 입구에서 마주 나오는 승용차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 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역주행 코스로 진입할 참이었다. 백씨는 "차량통행이 뜸한 야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입출구가 헛갈려 허둥대는 운전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 빈번한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앞서 사례들은 다행히 대형참사를 피했지만 예상외로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는 많다. 올들어 중앙고속도로에서만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2일 밤 11시45분 칠곡군 가산면 가산터널 인근(부산기점 134.5km 지점) 춘천방면 추월로에서 역주행하던 그랜져 승용차가 마주 오던 승합차와 충돌한 뒤 3중 충돌사고로 이어지면서 그랜져 운전자가 숨지고 다른 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중경상을 당했다.

또 지난 3월14일 새벽 6시쯤 비슷한 지점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 역시 운전자가 사망하고 상대방 운전자도 중상을 입었다. 뒤따르던 차량들도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한국도로공사 군위지사에서 분석한 사고경위(피해자 주장에 의거)에 따르면 춘천쪽으로 가던 중 앞서가던 프라이드 승용차가 사고지점에서 갑자기 유턴해 역주행을 시작했으며, 급제동을 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했다는 것.

고속도로순찰대 3지구대 유훈재 경장은 "상대적으로 차량 통행이 적은 새벽이나 한밤중, 운전자들의 정신이 혼미한 시각에 중앙고속도로에서 역주행 사고가 많다"고 했다.

▨ 구조적 문제점 안고 있는 고속도로

역주행의 가장 큰 원인은 휴게소에서 역방향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휴게소 입구에는 '진입금지'란 조그마한 안내 간판이 있을 뿐이다. 눈.비가 오거나 야간에는 간판조차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야간이나 날씨가 나쁠 경우에 대비해 네온사인 등을 활용, 출구표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입구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를 막기 위한 강제차단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주행 중에 역주행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경찰들은 "운전자들이 잠이 덜깬 상태에서 출발했다가 뒤늦게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을 안 뒤에 비상주차장 등에서 유턴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행선지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목적지를 지나친 직후 위험을 무릅쓰고 I.C 진입구까지 후진하는 차량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순찰차량에 적발되지만 않으면 전혀 막을 방법이 없다.

▨ 사고 대응도 초보수준

지난 2일 발생한 그랜저 역주행 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시각은 밤 11시45분이지만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신고가 접수된 것은 약 9분 정도 앞선 11시36분이었다. 구미경찰서 상황실과 도로공사 군위I.C쪽으로 비슷한 시각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사고 발생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처럼 역주행 신고를 받고도 즉각 대처를 못한데 대해 경찰과 도로공사는 나름대로 이유를 댄다. 도로공사 안전차량이나 고순대 3지구대의 관할구역이 너무 넓다는 것. 고속순찰대 3지구대의 관할구역은 무려 366.47km에 이른다. 경부고속도로(추풍령~경주화물터미널간 155.4km), 중앙고속도로(죽령터널~창령간 131.05km), 구마고속도로 30.02km, 중부내륙고속도로 49.55km에 이른다. 이 모든 구역을 직원 63명이 조를 편성해 관할구역을 나눠 근무하며 구역내 모든 일은 관할담당자가 책임지도록 돼 있다.

고속순찰대 한 직원은 "역주행 신고를 받고 현장에 접근했더라도 차량을 정지시키는 등 긴급대책 조치는 어렵다"며 "특히 맞은 편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다음 진입로 우회에서 현장에 가야하기 때문에 거리로는 20~30km 정도, 시간상 10~20분 정도 더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운전자 김모(34.대구시 달서구)씨는 "언제든 역주행 사고는 또 발생할 수 있다"며 "순찰시스템을 바꾸던지 안전표지판을 늘리던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군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사진:고속도로 휴게소 한 켠에 조그마한 '진입금지' 표지판이 있을 뿐 입구쪽으로 나가는 역주행 차량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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