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미 화섬업계 진통

과잉설비.고유가등에 경영 악화

구미공단 화섬업계가 구조조정과 파업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70~1980년대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던 구미공단 화섬업계가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것은 과잉설비, 구조조정 실패, 원자재난 등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274억원의 적자를 낸 코오롱의 경우 구미공장내 낡은 나일론 설비를 뜯어낸다는 회사 방침에 맞서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12일 현재 파업 20일째를 맞은 코오롱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원사 설비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타이어코드, 산업소재 등 신규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오롱 노조 장철광 지부장은 "기존 설비 가동을 중단할 경우 노조원 2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회사측이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동국무역 노조도 최근 회사측의 방적부문 구조조정 움직임에 반발해 전체 조합원 1천70명 중 350명이 삭발투쟁으로 맞서다 지난 8일 올해 임금은 동결하는 대신 구조조정은 보류하는 선에서 타결을 봤다.

동국무역은 차별화 면사 위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아래 방적부문 근로자 175명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한국합섬 구미공장도 노조원 760명이 지난달 22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으나 파업 6일만인 지난달 28일 가까스로 타결됐다.

그러나 향후 원료값 상승, 공급과잉 등의 악재가 다시 불거질 경우 노사간 불협화음이 재연될 소지를 안고 있다.

금강화섬은 지난해 8월 직물 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올해 3월말 1일 생산량 250t의 구미 폴리에스테르 원사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회사의 모든 생산라인이 멈춰선 상태다.

금강화섬은 지난달 22일 최종 부도처리돼 공장용지와 건물 및 설비 등의 경매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화섬업계의 불황은 예고된 것이었다.

특히 중국이 저가 의류시장을 잠식한데다 배럴당 40달러를 넘나드는 고유가는 화섬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구미상의 곽공순 부장은 "금강화섬 부도는 지난 2000년 대하합섬이 문을 닫으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앞으로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들도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13개 화섬업체 중 문을 닫은 금강화섬 외에 새한과 동국무역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이고, 코스닥 등록기업인 한국합섬도 최근 자본이 완전 잠식돼 주식 매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화섬업계의 대표기업인 코오롱은 지난해 경상손실 813억원, 당기순손실 683억원을 기록했으며 효성 역시 지난해 섬유부문에서 8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효자 산업이었던 화섬업계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화섬업계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1990년대 초 이른바 '중국 특수'때 정확한 예측없이 너나없이 설비증설에 나서는 바람에 과잉공급을 불렀고, 이것이 국내업체들끼리 덤핑경쟁을 초래했다.

일부 화섬업체는 외환위기를 맞아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기도 했으나 대부분 2차 구조조정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은 채 미적거려 화를 자초했다.

금강화섬의 한 관계자는 "금강화섬의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저가 물량공세로 버티려 하다 결국 무너졌다"며 "다른 화섬업체들도 구조조정 없이는 난국을 뚫기는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파동은 화섬업계에 결정타를 날렸다.

임동섭 도레이새한 과장은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TPA(고순도 테레프탈산)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때 t당 330∼400달러였으나 최근에는 68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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