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가구.가전 선택 ' 내 맘대로'

분양가 2~3% 인하 효과

최근 분양 아파트에 도입되고 있는 '플러스 옵션'제는 소비자에게 득이 될까. 실이 될까.

입주자가 원하는 가구나 가전품목(옵션)만 분양가에 더해서(플러스) 내도록 하는 플러스 옵션제는 건교부가 지난 1월14일 이후 사업승인을 신청한 아파트와 건축허가를 신청한 주상복합에 적용되고 있다.

지역에서도 아파트 분양시 플러스 옵션제를 채택하는 곳이 한두군데 생겨나고 있는데, 막상 옵션 품목과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체마다 혼선을 빚고 있는데다 분양가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분양가 인하 효과는 얼마나

대구에서는 대림산업과 한라 등이 플러스 옵션제를 처음으로 적용하여 입주예정자 모집에 나섰다.

9일 청약접수를 끝낸 동구 신서동 '롯데캐슬 레전드'의 경우 작년에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플러스 옵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종전대로 분양을 하고 있다.

건교부는 "주택업체가 가전제품 등에 마진을 붙여왔기에 플러스 옵션제가 시행되면 평당 45만∼80만원(33평 기준 1천300만원 내지 2천4백만원선)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이를 적용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인하 폭이 2~3%로 예상보다 훨씬 적다.

오는 14~19일 청약접수하는 북구 칠곡4지구 '한라 하우젠트' 32평형의 경우 가스오븐레인지.음식물 탈수기, 화장대, 비데 패키지(기본)를 125만원으로 책정했다.

드럼세탁기와 김치냉장고를 추가하면 분양가에 231만원이 더해진다.

거실장 99만원, 거실전망창 290만원 등으로 분리하여 옵션을 적용하고 있다.

한라 측은 총 9개 옵션품목을 적용, 분양가를 가구별로 100만원씩 인하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12~14일 청약 접수하는 수성구 만촌동 '대림 e편한 세상' 33평형의 경우, 7개 품목을 플러스 옵션으로 적용하여 가구별 10만원의 분양가 인하효과를 꾀했다.

가스오븐레인지.식기세척기.전동빨래건조대 패키지는 100여만원, 드럼세탁기.거실장.비데.주방액정TV 패키지는 100여만원을 추가 지불하고 선택할 수 있다.

54~87평형에는 월풀욕조와 빌트인냉동고(200여만원선)를 더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아직까지 플러스 옵션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작은 평형대는 가구당 900만원, 대형 평형은 600만원 가량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역시 평당 인하폭은 10만~30만원선으로 건교부의 예상보다 훨씬 적다.

이처럼 분양가 인하효과가 작은 것은 옵션 품목 수가 적기 때문이다.

플러스 옵션 대상은 △거실장, 붙박이장, 옷장, 서재장, 싱크대, 현관 대리석, 보조 주방장 등 가구제품 △TV,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에어컨, 가스오븐레인지 등 가전제품 △거품욕조(월풀), 비데, 안마샤워기, 음식물 탈수기 등 위생용품에 그치고 있다.

싱크대.욕조.변기 등 기본생활 품목과 주택설비공사.설계도서에 반영되는 품목 등은 옵션 대상에서 제외돼, 플러스 옵션의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플러스 옵션이 분양가를 인상하지 않을까

플러스 옵션제가 분양가를 견인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체가 옵션 품목 가격을 낮추는 대신 옵션을 제외한 기본형 분양가를 올릴 경우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업체 관계자는 "가구별로 다른 옵션을 적용, 시공을 하게되면 인건비나 설계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로(0) 옵션' 품목으로 제시된 주방가구의 경우 건설사가 일괄구매(33평형 기준)하면 150만~180만원이면 충분하지만 개별 구매시에는 250만원 이상 소요되는 등으로 소비자부담이 늘고, 개별 시공업자에게 맡길 경우 시공품질 보장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보호를 위해서는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분양 당시엔 골조값만 지불하고, 입주시 소비자가 마감재를 고르도록 하거나,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선택 폭 좁다

소비자가 옵션을 마음대로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업체들이 시공공정 및 구매상의 문제점 등을 들어 옵션 품목을 대부분 서너 개의 패키지로 묶거나 통째로 일괄계약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플러스 옵션제는 제품 하나하나를 옵션 품목화하는 것인데도 주택업체들은 패키지로 묶어 일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한 만큼 분양가가 낮아지지 않고있다는 지적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집집마다 옵션 조합이 다를 경우 공사가 어려워지고, 관리가 쉽지 않은데다 제품구입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개별 항목별 계약을 적용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2년후 제품의 모델과 가격이 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직까지 적용할 제품의 브랜드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자 대응

옵션제 하에서는 계약자들이 해당 가전제품이 없거나 자금이 모자랄 경우 플러스 옵션 품목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

개별적으로 구입하면 시공사가 일괄 구입하는 가격보다는 비쌀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하지만 모델적용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옵션 품목을 최소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준공후 뜯어내고 새것으로 재시공하면 이중비용이 들기 때문. 업체마다 적용하는 제품 브랜드나 성능.가격 등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비교해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특히 주택업체가 제시한 평당 분양가에는 붙박이장 등 옵션품목이 모두 빠져 있어 분양가 '착시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평균 평당 분양가가 700만원으로 알려진 33평형의 경우 옵션품목을 포함하면 평당 10만∼3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 실분양가는 710만~730만원으로 올라간다.

옵션비용은 중대형으로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에 사전에 옵션비용까지 감안한 후 자금계획을 짜야한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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