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는 영어 공부의 마지막 단계이다.당연히 학
생이든 학부모든 힘들고 짜증이 나는 과정이다.때
이르게 시작하거나,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내
포기하는 것도 쓰기 단계에서 흔히 일어난다.자칫
영어공부 전체에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대단
히 주의해야 하는 과정이다.◇쓰기의 단계
쓰기의 출발은 베끼기이다.알파벳부터 단어,문
장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처음 알파벳을 쓰면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이나 다
름 없다.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수준.실망할 필
요는 없다.꾸준히 하다 보면 쓰기 실력도 절로 늘어
난다.베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받아쓰기로
넘어간다.그동안 사용했던 오디오 테이프 가운데
가장 쉽고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교재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수.조금씩 어려운 테이프로 진행한다.읽기
와 듣기가 자유롭다면 좋아하는 영화 대본을 들려주
고 받아쓰게 하는 것까지 나가 볼 필요가 있다.처음
엔 어렵지만 자꾸 듣고 쓰다 보면 익숙해지고,대사
를 외우는 효과도 생긴다.
받아쓰기 단계에서 틈틈이 시도해볼 만한 것으로
편지 쓰기를 들 수 있다.부모나 가까운 친지에게 짧
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간단한 편지
를 통해 안부를 묻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을 알게 되면 쓰기에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된다.
일기 쓰기는 영어 공부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될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남들이 흔히 한다고
따라하다간 고역으로 만들기 쉽다.단어의 스펠링도
제대로 모르고,문장 구조도 익히지 못한 아이가 여
러 문장의 일기를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다.듣기와 읽기,말하기가 충분히 무르익어야 쉽게
접근할 수 있다.◇원할 때,천천히
단계별 시작 시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가 원하느냐 아니냐이다.원하지 않을 때 하는
공부로 쓰기만큼 쉽게 짜증내는 것은 없다.자녀가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읽기나 말하기
의 단계를 세심하게 살펴 결정해야 한다.해당 단계
를 해낼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흘러넘치느냐를 봐야
하는 것이다.
단어 한두 개를 혼자서 맞게 쓰다가,문장이라도
하나 만들어내면 부모들은 흔히 함정에 빠진다.올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학
원이나 학습지 교사,주위 대학생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자녀가 쓴 글을 교정받으려 한다.
그리고는 빨간 펜으로 얼룩진 글을 자녀에게 들이
밀고는 무엇이 틀렸는지,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가
르치려 든다.하지만 아이들은 빨간 밑줄이나 덧씌워 쓰인 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공연히 짜증만 부리
게할수도있다.
글쓰기의 교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
장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자신이 읽는
그림책이나 동화,코스북 등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
게 틀린 부분을 고쳐나간다는 것이다.스펠링이 틀
렸다고,어순이나 문법이 틀렸다고 답답해하며 바르
게 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우리말이나 영어나 읽기가 쓰기의 밑거름이 된다
는 점은 다를 바 없다.우리말 책을 잘 읽는 아이들
이 우리말을 잘 쓰고,받아쓰기도 잘 하는 것처럼 영
어도 많이 읽어야 쓰기도 쉬워진다.
구양수의 삼다(三多)를 적용한다면 다독-다상량-다작의 순이 적당하다.많이 읽고,많이 생각한 뒤,
많이 써보는 것이다.영어 쓰기가 어느 정도 자유로
워지려면 일주일에 한두 권 읽기로는 부족하다고 한
다.우리말 책을 읽는 수준으로 읽어야 우리말 쓰기
수준도 가능하다.
제대로 쓰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우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어야 쓰기도 정확해진다.우리말이든 영어든
쓰기는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
쓸 때는 말하기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이 유창할수록 글쓰기도 쉽고 편해진다.자신이
한 말을 글로 써 보게 한다면 쓰기가 왜 중요한지,
정확한 쓰기가 왜 필요한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결국 쓰기는 듣기와 읽기,말하기의 전 과정을 함축
하면서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힘든 과정인 셈이
다.부모가 욕심을 버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