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 그린맨션. 요리 솜씨를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부른 박탕 조르다니아(61)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내놓은 음식은 뜻밖에도 도가니탕이었다.
그루지야 고향 음식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소 무릎뼈를 푹 고아 만드는 도가니탕은 그루지야 음식 '하시'와 아주 비슷합니다.
한국 친구가 도가니탕 끓이는 법을 알려줬는데 하시랑 많이 비슷하더군요."
그는 술을 좋아하는 그루지야 사람들은 주말이면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새벽 5, 6시쯤 속을 풀기 위해 식당에 가 뜨거운 하시를 사먹는다고 했다.
국물이 잘 우러나도록 식당에서는 밤새도록 하시를 끓인다고 한다.
그는 도가니탕을 먹는 방법이 특이했다.
우윳빛 도가니탕에 깍두기 국물을 벌겋게 부어 얼큰하게 먹는 걸 좋아했다.
깍두기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류다.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홀아비 신세로 아파트 안이 별다른 장식없이 소박했지만 냉장고 안은 푸짐했다.
그가 좋아하는 깍두기는 물론이고 배추김치, 오이김치, 물김치 등 김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고추장 양념에 재운 고추 장아찌도 보였다.
"한국인처럼 그루지야인들도 마늘, 후추, 고추 등 매콤하고 짭조름한 맛을 좋아합니다.
음식도 아주 비슷하지요. 한국인이 장아찌를 먹는 것처럼 그루지야인들도 간장에 매운 고추를 넣어 장아찌처럼 먹거든요. 시금탈털한 냄새까지 비슷합니다.
"
그는 도가니탕이 외국인이 만들기 쉽고 몸에 좋은 보양식으로 그만이라고 했다.
"도가니는 대형 할인점 같은 곳보다는 시장에 가면 훨씬 더 좋은 걸 고를 수 있어요. 서문시장에 가면 단골 정육점이 있어 따로 말을 안 해도 좋은 뼈를 주거든요."
그는 뼈를 피가 빠지도록 물에 담가 놓았다가 솥에 끓여 첫 번째 물은 버리고 몸에 해로운 지방기를 가위로 잘라낸 뒤 다시 물을 부어 푹 끓인다고 했다.
국물이 진하게 우러난 도가니탕에 파를 총총 썰어 넣고 소금, 후추 뿌리고 깍두기 국물, 배추김치 등을 넣어 얼큰하게 만든 뒤 현미밥을 말아 먹으면 그 맛이 '원더풀'하단다.
(그는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쉴새없이 손을 놀리며 음식을 만드는 시늉을 해 군침이 돌 정도였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때도 한인식당에 가서 도가니탕과 깍두기를 사다 먹는다는 그는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 어디를 가든 꼭 한국식당에 갈 정도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한국에서 20년을 살다 보니 한국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된장, 갈비, 불고기, 족발, 막창 등 모두 다 맛있어요. 두껍게 썰어 나오는 일본 사시미보다 얇게 썰어 나오는 한국식 사시미를 더 좋아합니다.
"
고 이희상 선생과 저녁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납작만두, 떡볶이, 국수, 우동 등을 즐겨 먹었다는 그를 아는 주위 사람들은 그가 한국 사람보다 한국 음식을 더 잘 먹는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루지야인들은 몸에 좋은 채소류 등 '그린 푸드(Green Food)'를 많이 먹는 점도 한국인과 닮았습니다.
따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한국인처럼 그루지야인들도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친절한 점도 비슷합니다.
"
그는 아들 디미트리(12)가 자신도 모르게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배워 쓰고 어설퍼도 읽을 줄은 안다며 내년쯤 아들을 한국에 데리고 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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