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게임이 만든 신종 직업-(3)맵 제작자

전장 디자인 10명 내외만 공식 인정

"게임 공식맵 제작자가 뭐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겠지만 게임이 펼쳐지는 전장(戰場)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면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게임열풍이 만든 신종직업인 맵 제작자는 국내에만도 3천명이 넘을 정도로 적잖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공식맵 제작자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방송용 경기에 쓰여지는 맵은 한정돼 있는 데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예로 들 경우 어느 한 종족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밸런스 조절이 잘된 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제로 방송에 나간 맵을 만든 공식맵 제작자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 중 변종석(25)씨는 인정받기 힘든 이 척박한 분야에서 꽤 이름을 알린 맵 제작자다.

평균 수명이 6개월을 채 넘기기 힘들다는 게임 맵 세계에서 이미 1년을 훌쩍 넘긴 '노스탤지어'와 '기요틴'을 만든 사람. 그의 아이디 'Rose.of.Dream'은 사이버상에서는 이미 유명한 이름이 됐고, 한 인터넷 카페에는 추종세력만 1천500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만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맵이 완성됐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지요.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고 수정한 후에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형 맵이 탄생하게 됩니다.

"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맵은 게이머들의 승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다.

"파라독스라는 맵을 만들었는데, 저그 유저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았어요. 사실 섬맵이라는 특성 때문에 저그가 불리하긴 했죠." 변씨는 이후 게임팬들로부터 '안티 저그'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파라독스' 뿐 아니라 '남자이야기', '머큐리' 등 테란과 프로토스에 다소 유리한 맵들이 그의 손을 거쳐 줄줄이 탄생했기 때문.

"맵 밸런스가 중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전략적인 게임이 많이 벌어질 수 있는 맵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변씨는 "요즘 게임시장이 커진 만큼 맵 제작자에 대한 대우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 맵 공모전에서 선정돼 전파를 탈 경우 개당 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는 것. "예전엔 제가 만든 맵이 방송에 나가면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지요.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야 좋은 맵들이 나올 것이고 경기수준 또한 높아지겠지요."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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