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부국강병을 지상목표로 한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지방의 시대'이다.
그러나 수도권에 인구와 GRDP(지역내 총생산)의 47%, 고급인력의 62%, 대기업 80%, R&D기관의 67%가 몰려 있다.
수도권의 과잉집적과 부동산가격 급등 등이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방분권 관련 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나온다.
낙오자가 된 듯한 패배 의식에 젖어 쓴소주 몇 잔에 성난 마음을 달랜다.
그러나 언제까지 못난 자신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런 자세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결코 꿈을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떠나면 그뿐일까. 어디 조상 대대로 뿌리 내리고 살아온 고향을 등지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인가. 그렇다면 지방에서, 고향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하지 않는가.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래 1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제는 독자적인 정책과 상품, 고유한 법규(조례)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다른 지역과 차별화를 도모할 때 경쟁에서 이기는 시스템이다.
이제 지방정부는 주민에게 꿈을 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대구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시정 목표로 내세운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2대 전략으로 과학기술 중심도시 육성, 문화예술 중심도시 지향을 내걸고 3대 프로젝트로 대구 테크노폴리스 조성, 한방산업클러스터 육성, 대구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제시했다.
3년전 대구테크노폴리스와 달성 신도시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와의 양해각서 체결로 그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달성군 287만평에 1조 5천억원이 투입될 이 원대한 계획은 대구를 동남권의 R&D 비즈니스 허브도시로 만들고 지역경제살리기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대학과 시가 혼연일체가 되어 꿈을 실천하고 있는 진주시와 경상대학교의 생물산업(바이오) 클러스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물산업은 대학.연구기관 주도형 클러스터의 대표적인 업종중 하나로 R&D기간이 매우 길고 상용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수도권과 대덕밸리를 제외하곤 엄두도 내기 어려운 산업이다.
그럼에도 인구 34만명의 중소도시에 불과한 진주시와 경상대학교가 지방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결과물은 엄청나다.
생명공학 연구의 불모지였던 80년대 초반 경상대학교는 중앙부처를 설득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내 최초로 유전공학연구소를 설립해 인간과 동식물의 유전자를 발굴해 내고 있다.
경상대학교 응용생물과학부가 지난 3년간 배출한 박사 15명 가운데 12명이 미국 MIT와 예일,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중이며 최근 3년간 유력한 국제학술지에 144편의 논문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부지원 외에도 교수 개개인이 매년 2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독일의 막스프랑크 연구소,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학 등과 직접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방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눈부시다.
경상남도는 생물산업에 대한 종합적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도청 내에 전담팀을 구성, 2000년부터 6년간 1천753억원을 투자하여 생명공학의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진주시는 210억원을 투자, 진주바이오21 센터와 시험생산공장을 설립하였다.
또한 경상대학교를 중심으로 1사 1자문교수(연구원) 체제가 구축되어 산학연 연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지방 도시에서 대학이 주도하는 R&D중심의 신산업 클러스터의 성공 모델로 지역산업 발전의 또 하나의 비전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계의 흐름과 국가 정책을 직시하고, 지역의 특성을 발굴하면서 이를 수행해 나갈 주체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꿈을 꾸어 보자.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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