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콩 올빼미 여행

"이젠 우리도 올빼미 여행을 떠난다.

"

올빼미 여행이 직장인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요일 밤에 출발, 토'일요일을 여행지에서 보내고 월요일 새벽에 도착, 출근하는 시간절약형 여행프로그램. 주5일 근무가 본격 시작되면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새로운 여행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기간은 토,일요일을 포함해 대부분 2박4일. 그동안 일본 도쿄 올빼미여행만 소개됐으나 홍콩, 타이페이, 마카오 등 동남아시아로 코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금요일 오후, 올빼미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지는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홍콩. 오후 8시 인천국제공항. 함께 동행할 올빼미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어림잡아 300여명. 방학을 앞둔 학생, 직장인, 자녀를 동반한 주부 등 계층도 다양하다.

밤 10시. 출국 수속과 탑승이 끝내자 비행기가 어둠을 뚫고 미끄러지듯 날아오른다.

홍콩까지는 3시간 남짓(시차 1시간). 짧은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올빼미 여행의 요령.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잠시 눈을 붙였다.

설핏 잠에 들어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승무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잠을 깨운다.

창너머 어둠 속에 스쳐가는 황금빛 야경, 홍콩이었다.

새벽 2시 30분, 내려 감기는 눈꺼풀을 두어차례 치켜올리며 첵랍콕국제공항을 나와 침사추이(尖沙俎) 중심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상큼한 이국의 새벽 공기. 여장을 풀고 창가에 매달려 다시 한번 홍콩의 밤을 찬찬히 훑어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올빼미여행 첫째날 오전 9시. 해는 또 다시 떠올랐다.

호텔 뷔페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나선 홍콩 탐험에 나섰다.

36℃를 오르내리고 습도가 높은 아열대성 기후라 숨이 턱턱 막힌다.

반바지와 모자, 우산, 선그라스는 필수다.

먼저 중심가 침사추이를 찾았다.

화려한 쇼윈도와 혼잡한 도심, 바쁘게 걸어가는 홍콩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고층 빌딩 사이를 헤치며 떠밀리듯 도착한 구룡공원. 도심속의 아름다운 공원이다.

여유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공원과 시내 상가를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홍콩 도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출출했다.

벌써 오후 2시. 게 눈 감추듯 늦은 점심을 해치우고는 구룡반도와 마주보이는 홍콩섬으로 발길을 옮겼다.

스타페리 터미널에서 건너편 선착장까지는 5분여 거리. 해가 지려면 아직 한참이 남았건만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홍콩야경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급해진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셩완(上環), 센트럴(中環), 애드머럴티(金鐘), 완차이(灣仔)를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일종의 궤도열차인 '피크트램'에 몸을 맡겨 빅토리아피크 정상으로 올랐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면서 하나둘 조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45도에 가까운 경사면을 숨 한번 고르지 않고 가뿐하게 오르는 트램의 경이로움에 탄성이 절로 난다.

오후 8시. 조용하던 밤하늘에 갑자기 조명이 터지더니 이번에는 레이저빔이 밤하늘을 온통 휘젓고 다닌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 매일밤 연출되는 '빛의 축제'다.

조명에 반사된 빅토리아만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춤을 추듯 반짝인다.

그 속으로 궤적을 그리며 지나가는 배. 그야말로 멋진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밤안개가 실은 싸늘한 바람이 불면서 흔들리는 불빛과 함께 홍콩의 밤이 깊어간다.

둘쨋날. 자유여행이다.

출국 직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올빼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였다.

미처 세세한 일정을 잡지 못한 탓이다.

홍콩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다고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해답은 간단하다.

쇼핑, 먹을거리, 볼거리 가운데 선택하면 고민 끝.

쇼핑이라면 홍콩섬 쇼핑지구와 구룡의 침사추이, 몽콕(旺角), 유마지 등 널리 알려진 명소로 향하면 된다.

먹을거리 여행도 그만이다.

홍콩의 요리는 질과 양에 있어 세계최고 수준. 중국의 4대요리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름난 음식은 모두 맛볼 수 있다.

산해진미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만두와 비슷한 딤섬을 맛보는 것도 올빼미 여행에서 후회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색깔과 모양이 제각각인 딤섬은 가격도 저렴하다.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다보면 피곤도 잊게 된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마천루 꼭대기에 자리잡은 고급레스토랑에 들러 천하일미를 음미해보자.

첫 여행길이라 욕심만큼 홍콩의 진면목을 보지 못했지만 그럭저럭 기약한 이틀이 훌쩍 지났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이번보다 훨씬 알찬 여행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홍콩과의 작별을 고했다.

올빼미여행은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요령이다.

실속있는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교통편이나 식당, 쇼핑가 등 기초 정보를 숙지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글.사진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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