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싱싱한 초록이다

보랏빛 남쪽

하늘을 끌어다 토란잎에 앉은

청개구리

한 소쿠리 감자를 쪄 내온

아내 곁에

졸음이 나비처럼 곱다

강인한 '보랏빛 남쪽'

아주 가끔 현철이나 설운도의 노래가 가슴에 닿는 경우가 있다.

지친 머리가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청할 때가 그러하다.

세계와의 단절, 혹은 불화의 고충을 노래하는 지적인 언어에 견줄 때 위의 시는 귀에 익숙한 트로트 같다.

중년의 사내가 등의자에 앉아 아내 곁에서 나른해 하는, 토란잎에 앉은 청개구리가 그 광경을 말똥히 보고 있는 보랏빛 바탕의 수채화 한 폭; 지아비를 섬기는 아내의 표정에서 싱싱한 초록을 느끼면 된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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