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진단 대구공단-(3)서대구공단

가구·의류 등 비제조업 대거 입주

대구시의 2020년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앞두고 서대구공단의 산업단지 존속여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시가 1997년 발표한 2016년 도시계획은 서대구공단을 주거단지로 용도 변경하고 달성군 위천산업단지로 제조업체를 옮길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위천공단으로의 이전은 유야무야된 상태.

따라서 공단기능을 상실한 서대구공단을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준공단으로 계속 남겨둬야 한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서대구 공단, 과연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실태

IMF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폐업·부도기업이 속출한 서대구공단은 가구점, 주류업, 택배산업, 운수업 등 서비스업종이 공지(空地)를 메우면서 공단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2001년 (주)갑을이현공장은 1만7천320평 부지를 양양정기화물, 삼부택시, 은암섬유 등 41개의 운수, 화물업체 등에 분할 매각했다.

올 2월 5천800평의 동국무역 부지는 포장·정비·새시 등의 16개 업체로 쪼개졌다.

성안직물, 동남주물, 범양식품, 흥일섬유 등 공단내 굵직굵직한 공장들이 최근 3, 4년새 공장부지를 분할 매각하면서 비(非)제조업이 대거 들어선 것. 상설의류매장 퀸스로드에 이어 지난 해 말부터 갑을네거리 와룡로에 가구전문업체가 밀집하는 등 정상적 공단 기능을 잃고 있다.

남아있는 제조업체들 또한 점점 더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전봇대 사이사이에 '공장분할'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공장 담벼락은 100평에서 2천500평까지 공장부지를 임대·매매한다는 광고문으로 빼곡했다.

73만평 부지에 10여개의 부동산중개업체가 들어섰고, ㄱ, ㅅ 등 직접 찾아간 4층 규모의 3개 빌딩에만 각각 10여개의 섬유·무역사무실이 입주하는 등 영세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었다.

◇준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

공단에 유통, 서비스 등 비제조업이 대거 들어서고 입주업체들이 점점 영세화되면서 관할 서구청은 이미 2002년부터 준주거 및 상업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평균 1만2천명이 서구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이런 인구유출과 서대구산업단지의 공단기능 상실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도 전환이 최선이라는 것. 최근 서구청은 공단부지 73만평을 상업·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도록 대구시에 재건의한 바 있다.

윤진 서구청장은 "노원2가 팔달시장 뒤편이 난개발로 후속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 늦기 전에 서대구공단 개발에 힘쓸 것"이라며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조건부로 공원조성을 유도하고, 특정 도로 인근을 대형마트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상업지구로 특화시켜 서구로 인구유입을 유도해 세수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서대구공단 입주 업체 중 다른 부지로 갈 의향이 있는 업체부터 순차적으로 이동시키고,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단내 녹지를 공원화하는 한편 서구문화회관에서 중리초등학교 사이의 두 블록은 화훼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삼룡 대구시 경제정책과장은 "서대구공단 용도변경은 현재 진행 중인 2020년 도시기본계획이 마련돼야 구체적 세부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며 "도시기본계획의 상위단계인 광역도시계획과 국토계획이 발표되는 9월에야 서구청과 구체적인 의견 조율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공단내 거동부동산 최봉화 사장은 "10여개 업체가 1만평 규모의 매물을 내놨다"며 "공장을 팔고 떠나고 싶은 업체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진성패브릭 김진영(42) 사장은 "공단 내 실질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섬유공장은 30여개 업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공장시설 없이 섬유창고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고, 대성무역 강규원(47) 사장은 "자금여력이 부족하고 시설재투자를 할 수 없는 업체가 다수인데 평당 150만원 이상인 공단에 새로 진입할 업체는 몇 안된다"며 "입주 업체가 부지를 매각하고 달성2공단 등으로 이전하면 서대구공단을 다른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단으로 남겨둬야...

그러나 공단내 일부 업체들은 대체부지 개발없이 무조건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구로 전환하는 데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전문가 일각에서는 친환경 공업단지로의 재개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주)경창산업 손영재(43) 기획이사는 "어디로 옮기느냐가 문제"라며 "인력 수급이 원활하고 관련 업체가 밀집해 시너지 효과를 살릴 수 있는 서대구공단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쉽잖다"고 말했다.

ㅌ섬유 관계자는 "주거지역으로 용지변경을 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땅값은 뛰었지만 우리같이 전세기업은 아무 상관도 없다"며 "서대구공단처럼 교통이 편리하고 공장가동이 쉬운 공단은 어디에도 없는데 이를 없앨 만큼 주거지역 조성이 중요한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대구산업단지협의회 서병태 상무이사는 "퀸스로드가 들어선 이후 제조업단지로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공단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인력수급이 유리하고 도심 속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에서 서대구공단은 놓치고 싶지 않은 아까운 부지"라고 아쉬워했다.

대구경북개발원 이춘근 연구기획실장은 "서대구공단을 도시형 주거단지와 아파트형 첨단벤처단지의 복합단지로 개발해 벤처단지를 신소재 섬유와 메카트로닉스 등의 첨단업종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아파트형 공장은 원가절감이 가능해 임대공장을 전전하는 영세업자들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행정수도이전과 맞물려 토지공사와 한국전력 등 공영기업과 부속기업 20여개가 대구경북지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구시가 서대구공단 부지를 활용, 기존 공단과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단지 공단기능을 상실했다고 공장을 서둘러 없앨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으로 전략을 세워 서구와 서대구공단을 둘 다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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