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장마탓도 있겠지만 농촌의 불경기는 이젠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안동 예안 장날인 14일. 면소재지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이날 외지서 온 상인도 고작 3, 4명뿐. 이들은 소형 트럭에 싣고온 상품을 평소처럼 진열도 하지않은 채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멍하니 비오는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을 지을 뿐이다.
상인들은 힘들여 물건을 풀어 진열을 한들 사람 하나 없는 장터에서 이미 장사는 헛일이 될 게 뻔해 그저 그렇게들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래도 면단위지만 장날만큼은 지금껏 골목길까지 복잡했고 농약상회와 경운기점, 참기름집, 미장원, 중화요리집, 술집들은 붐볐지만 올들어서는 장날에도 사람이 부쩍 줄었다.
소형 1t트럭에 부인과 함께 병아리와 씨암탉, 마늘 몇접, 고양이 1마리, 1천500원짜리 빗자루 몇개를 싣고 팔러왔던 50대 아저씨는 차에서 아예 내리지도 않는다.
이들 부부는 안동시내에 살면서 안동과 길안, 풍산, 예안, 지보 장을 번갈아 다니면서 싼 물건은 구입해 가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이날 외지서 막걸리 20여 상자를 트럭에 싣고 온 장사꾼도 종일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렸으나 고작 몇 병밖에 팔지를 못했다며 한숨짓는다.
면사무소 앞 중화요리 집도 장날 점심시간이면 장꾼들이 몰려 눈 코 뜰 사이도 없었지만 이날은 손님이 없어 부부가 거의 주방 밖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상인 박병문(58)씨는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점심을 제때 못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는데 이젠 점심도 못 사먹을 형편"이라며 하소연이다.
농민 이대식(62)씨는 "담배 수확이 이제 시작됐고 벼농사와 고추.사과 등 아직도 수확할 날이 까마득해 농촌에 돈이 바짝 말라 부인과 장구경 안간 지도 한참됐다"고 했다.
안동시내 경우도 농촌 읍.면들과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내 상경기는 이미 죽은 지 오래고 식당과 술집 등은 손님이 없어 집세, 전기요금 등은 고사하고 종업원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각 가정에서는 가계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고, 주부들은 사소한 부업거리라도 찾아 생활비와 교육비에 보태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하반기 여성교육생 모집이 있던 14일 안동시여성회관. 제과제빵, 조리기능사, 홈패션, 개량한복, 전통요리, 미용 등 23개반 668명 교육생 모집에 엄청난 인원이 몰려 과목마다 평균1.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공개 추첨까지 실시해가며 교육생을 뽑았다.
김정숙 여성회관장은 "주부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교육을 받는 경우도 많고, 다양한 기술교육을 받고나면 직접 빵, 음식, 옷 등을 만들 수 있어 가정경제에도 큰 도움이 돼 교육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사진: 안동 예안 장날인 14인 장터에는 상인들이 도로에 차만 세워둔 채 물건 진열도 하지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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