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대표급 영재(英才) 수백명이 한자리에 모여 시험을 치른다면 문제는 누가 내고, 시험은 어떻게 진행될까또 시험감독은 어떻게 하고, 채점은 어떻게 할까?
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를 지켜보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은 '도대체 얼마나 뛰어나길래 나라를 대표하는 영재가 됐을까'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들은 지난해 이미 선발됐다.
광역시와 도단위 지역대회를 거쳐 물리학회가 주관하는 한국물리올림피아드에서 한번 더 검증하고, 이후 통신교육과 계절교육 등 특별전형까지 거친 끝에 알짜배기 5명을 선발했다.
영재 중의 영재인 셈이다.
다른 나라도 선발 방법에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참가자들을 뽑았다.
15일 포항공대 기숙사에 마련된 등록창구 근처에서 산책 중인 참가자들을 지켜본 포항공대 한 재학생은 "솔직히 나도 똑똑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올림피아드 참가자들을 보니 질리도록 영리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물리올림피아드가 두뇌올림픽이라는 말이 실감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17일과 19일 각각 이론과 실험 경시를 치른다.
영재들의 시험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경시시간까지 시험장으로 사용될 포항공대 체육관은 모든 이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취재진의 사진촬영까지도 허락되지 않는다.
조직위 우정원 홍보간사는 "참가한 영재들은 시험장의 책상 배열만 보고도 출제 경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시간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올림피아드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시험장 준비를 맡은 한 교직원은 "시험장만 봐도 출제 유형을 알 수 있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만 '영재'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며 웃었다.
경시대회 문제는 올림피아드조직위 산하 학술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2년여에 걸쳐 출제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로 출제된 문제를 각국 임원(리더)들이 경시 하루 전(이번의 경우 16일)에 넘겨받아 자국어로 번역한 뒤 이를 경시시간에 맞춰 자국 학생들에게 전달해 시험을 치르도록 한다.
이번 참가자들의 숙소가 임원진은 경주 힐튼호텔, 참가 학생들은 포항공대 기숙사로 멀리 떨어뜨려 놓은 이유도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해당 국가는 올림피아드에서 영구 제명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34회를 치르는 동안 문제 사전유출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도 이산가족을 만들 만큼 보안은 철저하다.
이에 따라 임원들은 16일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주에서 포항으로 왔다가 문제번역을 위해 곧바로 경주 숙소로 되돌아갔다.
자국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장은 우리 독서실과 흡사하게 꾸며졌다.
다만 칸막이가 훨씬 더 높다.
영재들은 '커닝'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기발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영재는 실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체력이 변수. 이번 경시는 무려 5시간에 걸쳐 이론과 실험시험이 진행된다.
화장실 가는 것 말고는 모든 개인행동이 제한되고 화장실도 감독관이 동행할 것이라고 조직위 관계자는 전했다.
채점은 각 항목별 평가점수가 소수점 이하까지 세분화했다.
영재들간 실력차는 '머리 카락 차이'여서 소수점 이하까지 채점하지 않으면 동점자가 속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나온 고육지책이다.
전체 참가자 가운데 상위 6% 이내에 들면 금메달, 12% 이내는 은메달, 18% 이내는 동메달, 24% 이내에 들면 장려상을 시상한다.
조직위측은 "입상권에 들지 못하는 영재들도 일반인들이 근접하기 힘들 정도의 과학영재가 틀림없고 다만 국가별 출제경향에 따라 입상권이 달라질 뿐"이라고 소개했다.
조직위 이택근 대리는 "올림픽 출전 운동 선수들은 실력만 좋으면 되는 반면 두뇌 올림픽 선수들은 실력, 체력, 언어력까지 겸비해야 하고, 주최측 역시 엄청난 보안문제에 시달려야 한다"며 "힘들다"는 말을 연발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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