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신, 금지된 패션의 역사

-스티브 길버트 지음/르네상스 펴냄

'문신(文身)'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조직폭력배나 병역 기피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학 전문 삽화가이자 작가인 스티브 길버트가 쓴 이 책을 읽다보면 문신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매우 편협돼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수십년 동안 모은 그림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문신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활짝 펼쳐보인다.

저자는 문신의 기원을 5천년전 청동기시대 냉동 인간의 몸에서 찾는다.

냉동 인간의 몸에는 십자가 문신, 직선 문신 등 여러개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4천년전 이집트 왕조 때 살았을 것으로 추정하는 아무네트 미라의 팔과 허벅지에도 '관능적인 의미'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남미에서 발견된 잉카 미라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지대에서 발견된 미라에서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미라에서도 문신은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문신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심오하고 보편적인 인간 정신의 유래가 담겨있다"고 강조한다.

문신이 각 사회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됐다는 저자의 얘기도 흥미롭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문신이 범죄자와 노예의 탈영 방지 목적으로 사용됐다.

유대인들과 초기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이름, 물고기 등을 문신으로 새겨 신원확인을 했다.

또 사모아 청년들에게 문신은 어른이 됐다는 징표였고, 마오리족은 문신으로 용맹함을 나타냈다.

에스키모인들은 사냥과 위험방지를 위해 문신을 했다.

'인간은 왜 문신을 하는가'란 원초적 물음에 저자는 "문신은 늘 그것을 행한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전 역사를 통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살갗을 찔러 피를 내 신체를 영원히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이고 심오하며 도저히 헤아릴 길 없는 황홀감도 문신이 지닌 미스터리라고 저자는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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