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늘 점심밥이 중국 찐쌀?

올 들어 중국산 찐쌀 수입이 급증하면서 떡, 미숫가루 등 가공식품으로 제조되는가 하면 일부 음식점, 단체급식소에서 밥으로 둔갑해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올 6월까지 대구세관에 신고된 중국산 찐쌀은 360t(12만5천달러)으로 지난해 1t(3백달러)에 비해 무려 360배나 증가했다.

타 시도에서 유입되는 양까지 감안하면 실제 대구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지난 5월까지 수입된 양은 3천2백43t(136만9천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4% 증가했다.

◆ 수입 폭증 중국산 찐쌀

중국산 찐살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까닭은 가격이 20kg에 2만원 정도로 국산 일반미 4만5천원에 비하면 절반도 안될 정도로 싸기 때문. 게다가 일반쌀을 수입하려면 최소시장접근(MMA) 규제 때문에 연 20만t까지 제한되지만 찐쌀은 '기타 조제 식품'으로 분류돼 50%의 조정관세만 물으면 별다른 제재 없이 수입할 수 있다.

중국산 찐 쌀은 국내 쌀 중간 도매상 뿐만 아니라 벼룩시장, 경매사이트, 인터넷까페 등에서도 유통되고 있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다.

심지어 농어민 소득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농산물유통공사 홈페이지 '사고팔고' 코너에서도 중국산 찐쌀을 살 수 있다.

◆ 소비자들은 모르고 먹어

문제는 국산쌀에 비해 맛, 품질 면에서 떨어지는 중국산 찐쌀을 소비자들이 모르고 먹고 있다는 것이다.

찐쌀은 일부 김밥집, 중국집 등 음식점이나 선식, 미숫가루, 떡집 등에서 2차 가공된 형태로 사용돼 일반인들이 쉽게 구별할 수 없고 건설현장이나 대량 급식소에서는 밥쌀로 둔갑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중국산 찐쌀로 밥을 맛있게 조리하는 법까지 올라가 있을 정도. 게다가 일부 수입업자는 고영양 저칼로리, 다이어트 기능미 등으로 속이고 판매업자 모집해 전국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집 주인 김모(43)씨는 "국산쌀과 섞어서 물을 적게 붓고 조리하면 일반쌀과 별 차이가 없고 볶음밥으로 만들면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또 쌀도매상 김모(48)씨는 "올 들어 국산 찹쌀 값이 급등해 중국산 찐찹쌀을 떡집, 선식집등에서 많이 사가고 있다"고 밝혔다.

◆ 고품질 우리쌀 생산에 찬물

국산 쌀이 남아도는 현실에서 편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찐쌀은 국내산 쌀소비를 떨어뜨리고 있다.

쌀소매상 이모(45)씨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가격이 싼 중국산 쌀을 선호하는 식당이 늘어나면서 국산쌀은 외면 받고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쌀수입 재협상을 앞두고 농민들은 친환경 고품질쌀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어닥친 중국산 찐쌀 바람은 국내 쌀생산 농가의 경쟁력 키우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농 경북지부 김상권(36) 정치실장은 "정부는 쌀 과잉생산으로 논농사를 포기하라고 하면서 불법·편법으로 수입되는 찐쌀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 쌀을 모르고 먹으면서 입맛이 점점 중국쌀에 적응하도록 방치하면 국내산 쌀경쟁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식탁오염 막을 방안 없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산 찐쌀의 수입을 막을 만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태이다.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 정도만 단속할 수 있는 실정. 농림부 품질관리원 경북지원 관계자는 "지난 6월 중국산 찐쌀 수입업자나 유통업자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 일부 선식집 등이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 8개업체에 대해 형사입건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녹색살림생활협동조합 대구지회 오창식(34) 사무국장은 "수입경로조차 불확실한 중국산 찐쌀은 소비자들의 식탁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식품안전법을 개정하여 식품사범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해 '제2의 만두사태'를 막아야 하고 '완제품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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