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 불편 '일사천리'로 해결해 드려요"

"주민들이 '태산'처럼 느끼는 불편사항을 시청에서는 '일사천리'로 해결해 드립니다"

장맛비가 쏟아지는 14일 오후2시 구미시청 감사담당관실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의 직통전화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곳 동네 아저씨의 전화였다.

아저씨는 "임수동 3공단 공구상가 주변 도로에 매설된 하수구의 맨홀 뚜껑이 깨지고 막혀 온통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고 연이어 "시청에서 빠른 시간내 달려와서 고쳤으면 한다"고 다급함을 전했다.

구미시청의 생활민원 해결사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의 단장격인 전진태(53) 감사담당관이 담당부서 직원들에게 곧장 지시를 내린다. 이때부터 기동처리단의 여러 분야 가운데 하수도팀의 단원(10명)들이 민첩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바로 아스팔트 전용 도로굴착기 등 특수장비가 장착된 트럭을 끌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아니나 다를까.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공단을 오가는 각종 차량들은 여느 때보다 느림보걸음을 하는 바람에 신호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누군가 옆에서 "차를 좌측 차선으로 빼서 빨리 몰아"라며 닦달을 해댄다. 이처럼 현장으로 향하는 단원들은 한결같이 급한 마음에 조바심을 낸다.

평소보다 약 5분 정도 늦은 출동이었다. 하지만 작업에 나선 지 30여분만에 완벽하게 처리했다. 일을 끝내고 장비를 정리하던 중에 시청 상황실에서 또 다른 작업지시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가로등이 넘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허겁지겁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이날 단원들이 비옷을 입긴 했지만 워낙 거센 빗방울이 몸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내의까지 흥건해졌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추웠다. 김교억(51'6급) 일사천리 담당은 "이것이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의 고충"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구미시청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은 8년전인 지난 1997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구성됐다. 이제는 일부 지자체에서 이를 벤치마킹해서 '상설안전점검단','특별기동팀','실무안전점검단'등으로 유사한 행정서비스를 펴는 곳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기동처리단은 감사담당관실에 상황실을 두고 도로, 가로등, 상'하수도, 건축, 산림, 녹지, 가스, 폐기물, 위생'환경, 사회복지, 광고물, 노래연습장, PC게임방, 통신, 전기 등 14개 부서 16개 분야에서 96명의 직원들로 구성돼있다.

전진태 감사담당관은 "전용전화로 접수된 민원은 담당 부서에 이첩하지 않고 일괄처리시스템을 구축해 직접 해결하기 때문에 민원신고부터 처리까지 걸리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시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의 전용전화는 2대(441-1472, 442-1472)다. 모두 전화번호 끝자리가 1472(일사천리). 무슨 민원이든지 말그대로 일사천리로 해결해 준다는 의미에서다.

또 전용차량은 분야별 업무에 맞게 모두 11대를 보유하고 있다. 봉고차에서부터 덤프트럭, 고가사다리차, 대형굴삭기, 노면청소차량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누구에게나 쉽게 눈에 띄도록 차량을 푸른색으로 도장하고 문짝 전체에 '1472'라는 숫자를 새겨 넣었다.

특히 도로보수 차량에는 경미한 보도블록 침하나 아스팔트 포장은 현장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모래'보도블록'시멘트'아스콘 등 건축자재와 삽'괭이 등 연장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한마디로 '움직이는 시청', '차안의 작은 건설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민 정동호(45'구미시 송정동)씨는 "예전에 주차구획선 도색을 요청하기 위해 시청에 전화를 걸었는데 담당부서로 연결되기까지 3개 부서를 거쳤고, 해당부서에서조차도 여러명의 직원과 통화한 후에 겨우 담당직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며 "요즘에는 곧장 일사천리 기동단으로 전화한다"고 털어놨다.

이정규(52'구미시 광평동)씨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취득세를 냈는데 시청의 업무 착오로 취득세가 잘못 부과된 점을 알고 신고, 이틀만에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즉시 시정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민원 처리의 경우 상황실로 민원이 접수되는 즉시 담당자가 현장에 출동해 해결해주고, 다소 시간을 요하거나 타기관과 관련된 민원은 신고자에게 사전에 이를 알리고 미결대장에 기록, 해결될 때까지 추적관리하게 된다.

기동처리 단원 조만석(33)씨는 "가령 일요일이나 공휴일 또는 야간에 신고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일단 당직실에서 접수한 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긴급민원은 일사천리 기동처리단에 통보해 처리토록 하고 일반적인 민원은 일일 비상근무자나 해당 업무담당자에게 연락해 처리한다"는 것.

일사천리 기동처리단 소속부서에서는 매월 25일까지 다음달 근무에 나설 비상연락 책임자를 지정해 상황실로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등 '생활민원 일사천리 기동처리단 근무지침'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상황실 조학래(42'기능8급)씨는 "만약 일사천리 기동처리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지출동 지연, 업무의 미온적 처리, 신고인에 대한 불쾌감 또는 불친절행위 등 지침 위반을 했을 경우 책임한계 기준에 따라 징계를 받게 돼있다"는 귀띔이다.

그사이 상황실의 일사천리 전화가 또다시 울렸다. 하천에 위생폐기물을 버려놓았다는 신고다. 단원들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부리나케 출동에 나선다. '민원인이 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현장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