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탐방-삼우기업(주)

지난해 대구지하철 화재 당시 불에 타지 않는 섬유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던 파이버글라스(유리섬유).

'철보다 강하나 깃털보다 가벼워' 우주선, 항공기, 자동차 외부 소재로 쓰이는 탄소섬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해 총알도 뚫지 못하는 방탄섬유.

섬유 굵기가 10억분의 1cm에 불과해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초미세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나노섬유.

이같은 미래 첨단 섬유 소재 개발은 대기업에게만 가능한 꿈같은 얘기에 불과할까. 아니다. 중소 섬유기업이 어떻게 첨단 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달성공단 삼우기업(주)(회장 김재열)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파이버글라스와 자동차부품

알루미늄 본네트, 밧데리 커버, 선 루프 여닫이 문…. 섬유공장에 웬 자동차 부품들. 여기가 섬유공장 맞아. 삼우기업 1, 2공장은 자동차 부품 공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지만 분명 섬유 공장이다. 최종 생산품은 자동차부품 일색이지만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니 어렵지 않게 섬유 소재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공장 내 숙련공들은 수지를 묻혀 말랑말랑한 파이버글라스를 알루미늄 위에 얹고 폴리에스테르 부직포로 다시 덮어 프레스 기계에서 구워내는 공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든 파이버글라스 복합소재는 철이나 플라스틱보다 훨씬 가벼운 첨단 자동차 부품으로 변신한다.

삼우기업 김준현 이사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실리콘 성분의 파이버글라스는 단열성과 흡음성이 탁월하다"며 "파이버글라스로 만든 본네트는 자동차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열기를 견뎌내면서 동시에 엔진 소음까지 차단한다"고 말했다.

삼우기업은 대구.경북 유일의 파이버글라스 가공업체. 기업규모상 대량 양산 체제를 포기하는 대신 파이버글라스를 활용한 자동차부품 개발에 주력해 현대, 기아, 대우는 물론 일본 도요타 계열사와도 거래를 트고 있다.

삼우는 사상 최악의 대불황속에서도 지난 한 해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경우 300억원까지 매출 신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탄소섬유와 연료 탱크

첨단 소재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탄소섬유만 생산해서는 규모면에서 월등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주)이노컴으로 독립한 삼우 제3공장은 탄소섬유를 연료 탱크에 둘둘 감아 소방수용 공기 호흡기, 서바이벌 총에 달린 소형 공기 주머니(페인트볼), 자동차용 CNG 통 등을 생산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인장강도가 세 보다 많은 연료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금속보다 훨씬 가벼워 연료 탱크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단지 감싸는데 그친다면 그 누구라도 탄소섬유를 응용한 연료 탱크 개발이 가능했을 것이다. 풀랩이라 불리는 감싸기 방식은 대기업조차 개발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이다.

취재팀을 안내한 이노컴 김태원 생산과장은 "횡으로 감는 후퍼와 세로로 감는 헤리컬 기법을 동시에 채택해야 하고 모든 부위마다 압력을 견뎌내는 정도가 달라 조금만 각도가 어긋나도 연료탱크가 폭발할 수 있다"며 "이노컴은 풀랩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벤처회사"라고 밝혔다.

미국 교통청, 국내 가스안전공사와의 품질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삼우는 최근 연료전지 자동차용 고압 탱크 개발에 돌입했다.

#새로운 도전-방탄섬유와 나노섬유.

'울트라하이몰리큘러웨이트폴리에틸렌(UHMWPE, 고인선PE)'. 삼우는 이달 초 발음하기도 힘든 이 낯선 방탄소재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영남대 손태원 교수,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과 산.학.연 공동 기술개발체제를 마련해 산업자원부의 섬유 부문 부품소재개발사업에 참가한 것.

고인선PE는 '케브라', '아라미드' 등 기존 방탄섬유보다 훨씬 가볍고 강도도 세 최근 국군의 방탄헬멧 제작에 쓰이고 있는 첨단 소재. 미국 얼라이드시그널, 네덜란드 DSM 등 고인선PE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사실 각종 정부 과제에 삼우기업만큼 열심인 기업은 없다. 삼우는 지난해 한국화학기술원,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폴리아미드이미드(고분자의 일봉)계 탄소나노섬유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나트륨 성분이 많은 폐유리에서 파이버글라스를 뽑아내 제품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A글라스 파이버' 개발을 한국요업기술연구원과 공동 추진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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