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걸려왔다.
울먹이는 소리…. 겨우 겨우 말을 이어간다.
"우리 딸애가 집을 나가버렸어요." 한 마디 하고는 또 울먹인다.
중3인 딸아이가 어제 가출을 해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없이 혼자서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아들녀석은 고집이 세고 거칠어 어머니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가끔 동생도 때린다고 했다.
가출한 사연을 들어봤더니, 딸아이가 선물로 받은 핸드폰을 오빠가 가지고 학원으로 가버렸다는 것이다.
딸아이는 오빠에게는 겁이 나 덤비지 못하고, 오빠가 간 후 자신에게 화풀이를 해댔다고 했다.
"화장대 위에 둔 핸드백을 던져서 속에 든 내용물이 다 쏟아졌어요." 어머니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딸아이를 심하게 때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고는 잠시 후 딸아이는 옷가지를 챙기더니 집을 나가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날 밤새 딸아이를 기다려봤지만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 집에 갔거니 했으나 친구집에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학교에 연락을 하니 학교에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찾으러 가야 하는지…" 그러다 가출하는 버릇을 키우지는 않을지 걱정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것이다.
혼자서 자녀를 키우면서 어머니가 느꼈을 막막함, 서러움에 대해 공감했다.
어머니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가 오빠만 감싸고 자신이 아끼던 핸드폰까지 오빠에게 준 것으로 알고는 엄마에 대한 배신감과 섭섭함, 또 오빠로부터의 유일한 바람막이였던 어머니에게 두들겨 맞자, 혼자 외톨박이가 되어 가슴앓이 했을 딸아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지만, 자녀의 가출은 아들에 대한 화를 딸아이에게 전가시킨 어머니의 태도에서 기인되었기에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어머니가 쥐고 있다고 판단했다.
"어머니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 어머니가 먼저 딸아이가 느끼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을 달래주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힘들었지? 얼마나 서러웠니? 엄마를 많이 원망했지? 엄마가 오빠에게 준 것처럼 생각했나 본데 그렇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오빠가 엄마 말을 듣지 않으니, 엄마도 어쩔 수가 없구나. 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너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엄마의 무능함에 엄마 역시 속이 상했단다.
이제 엄마도 노력할게. 다시 잘 해보자."
그런 다음 딸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라고 했다.
"응, 그래, 그렇구나, 저런, 그래서 어떠했는데…" 맞장구를 치면서 열심히 들어주라고 했다.
이 경우 자녀간의 경계선을 분명히 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해줬다.
형제자매간에는 어쩔 수 없이 질투심과 경쟁심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못할 때는 더욱 경계선이 필요하다.
김남옥(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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