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둔갑내기

옛날 옛적에 어떤 아이가 있었는데, 어려서 어머니 아버지를 한 날 한 시에 다 여의었어. 그러고 나니 먹고살 길이 없어 남의 집 머슴 살러 갔어. 집을 나와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자꾸 갔지.

가다 보니 산 속에 들어가게 됐는데, 마침 그 산 속에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한 채 있더래. 이런 집에서 머슴 살면 되겠구나 하고 문간에서 주인을 찾았더니 웬 험상궂게 생긴 장사가 나오더래.

"너는 여기에 왜 왔느냐?" "이 댁에 머슴 살러 왔습니다.

" "글을 읽을 줄 아느냐?" "예, 압니다.

" "에잇, 그럼 가거라."

하릴없이 쫓겨났어. 쫓겨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글을 못 읽는다고 하면 받아 줄 것 같거든. 그래서 그 이튿날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혀 가지고 또 갔어.

"이 댁에 머슴 살러 왔습니다.

" "글을 읽을 줄 아느냐?" "모릅니다.

" "됐다, 그럼 들어오너라."

집에 들어가 보니 곳간이 참 많더래. 그런데 그 많은 곳간마다 갖가지 진귀한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어. 알고 보니 이 집은 천하에 사나운 도둑 두목 집이야. 마침 두목은 도둑질하러 가고 없고, 집에는 부하들만 남아 있었던 게지. 아이는 책을 쌓아 놓은 곳간을 지키는 머슴이 됐어. 마침 책 곳간지기가 없던 차에 이 아이가 제 발로 찾아간 거야.

이 아이가 책 곳간을 지키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책이란 책이 모조리 둔갑술 책이지 뭐야. 그래서 그날부터 밤마다 몰래 책을 읽어서 둔갑술을 익혔어. 여러 날 동안 밤낮으로 책을 읽어 가지고 둔갑술을 모조리 다 익혔지.

둔갑술을 다 익히고 나니까, 그 다음날 도둑 두목이 도둑질을 해 가지고 돌아오더래. 문틈으로 살짝 엿들어 보니 두목이 부하와 말을 하는데,

"책 곳간 지키는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인데, 웬 아이냐?"

"두목님이 없는 동안에 제 발로 머슴 살러 찾아왔습니다.

"

"그 아이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 같더라. 당장 죽여버리자."이러거든.

아이는 이크, 이거 큰일났다 하고 당장 독수리로 둔갑을 해서 하늘로 날아갔어. 그랬더니 도둑 두목은 거인이 돼서 오천 근 활에 삼천 근 화살을 먹여 가지고 쏘려고 하거든. 그래서 얼른 노루로 변해서 산 속으로 도망갔지. 그랬더니 두목은 호랑이로 변해서 뒤따라오는 거야. 아이가 호랑이에게 쫓겨가다 보니 마침 웬 처녀가 나물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거든. 얼른 가락지가 돼 가지고 길바닥에 누워 있으니, 처녀가 지나다가 주워서 손가락에 낀단 말이야. 그걸 보고 두목은 방물장수가 돼서 처녀에게 가락지를 팔라고 해. 처녀가 안 팔겠다고 하니까 억지로 손에서 가락지를 잡아채는데, 이 때 아이는 얼른 좁쌀로 변해서 모래 속에 섞여 있었지. 두목은 용케 좁쌀을 찾아내 가지고 닭으로 변해서 쪼아먹으려고 하더래. 아이는 이 때다 하고 얼른 독수리가 돼서 닭을 잡아먹어 버렸어. 이게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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