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훌륭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정작 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자녀 교육 참 어렵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것일까" 하는 고민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느끼는 것이다.
해답은 없을까. 지난 15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서재중학교에 개설된 '학모대학'에서 공부하는 엄마들을 만나자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공부하는 엄마들
학모대학에 다니는 엄마는 모두 40명.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엄마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강좌는 매주 목요일 오후 3시간씩 진행된다.
교육학과 상담학 강좌는 학장으로 있는 정병표 서재중 교장이 맡고, 교양.취미 강좌는 대구시 교육감을 비롯해 대학교수, 학교장, 경찰서장, 신문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강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름에 걸맞게 1년 152시간 동안 60여가지 강좌를 통해 자녀교육을 위한 다양한 경험과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지난 15일은 2004학년도 1학기 마지막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반환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엄마들은 '자녀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궁금했다.
"자식 교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를 시작으로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미숙(41)씨는 지금까지의 그런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마가 시키면 자신의 약속도 취소하고 그대로 따랐어요. 늘 착하다고 칭찬을 해왔죠.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자식간의 이 '신의'가 깨져 버리더군요. 속이 상했어요."
김씨는 학모대학을 다니면서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부모의 일방적인 잣대로 자식교육을 시켜왔던 모습을 발견한 것.
옆에 있던 이숙희(45)씨가 "부모의 강요로 천편일률적인 로봇으로 자식을 키운 것이죠"라며 거들었다.
대부분의 어머니들도 동의하고 있었다.
5개월여 학모대학에 다닌 어머니들은 이런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부모들도 공부를 해야한다'는 사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간다고 합니다.
앞에서 억지로 끈다고 따라올 리 만무하죠. 자식이 스스로 따라오게 만들려면 부모도 배우고 그만큼 고민해야 합니다.
" 최명선(34)씨는 부모의 자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먼저 올바른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윽박지르면서 정작 부모는 TV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이 우리 엄마들의 모습. "잔소리 대신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죠."
이런 과정에서 두드리지게 달라진 것은 자녀를 대하는 태도라고 했다.
"대화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갈등의 원인을 짚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해답도 찾을 수 있게 됐죠." 권미선(41)씨는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인데, 대부분의 부모가 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자녀와의 대화 창구를 닫아 버리게 된다고 했다.
◇자녀는 내 소유물 아니다
엄마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하느냐고 묻자 엄마들은 앞다퉈 입을 열었다.
"자식을 키운다지만 그것은 젖먹일 때 잠시 뿐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장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빗나가지 않게 안내하는 데 있는 거죠."
여기서도 대화는 중요한 매개가 된다.
엄마들은 '딴 생각하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이 다음에 크면 다 알게 돼' 같은 말을 자주 듣고 자라다 보면 호기심을 잃게 되고, 새로운 생각을 해내기도 어렵게 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
모르면 함께 알아보고, 아이의 생각이 엉뚱하더라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새로운 생각이나 재미있는 표현에 대해 격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고력, 창의성, 지적 성취욕 등도 높아져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커 갈 것이라는데 확신을 갖고 있었다.
엄마들은 흔히 자녀에게 욕심을 내지만 욕심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욕심을 내는 것이 자녀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행복하지 않은 부모 밑에 행복한 자녀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삶과 성취에 충실하지 않는 부모 밑에 성공하는 자녀가 있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정선희(37)씨는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예전의 경험만으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는 없다"며 "부모가 먼저 배워야 생각을 넓힐 수 있고, 자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당연히 배우고 깨우치는 데 욕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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