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詩와 함께

잠든 아이 얼굴에 내 얼굴 갖다대고

아이의 날숨을 들이마신다

뱉으면 마시고 들이쉬면 멈추면서 얼굴 붉어지는데

한 번 데워진 공기가 이렇게 달콤하고나

가르릉가르릉 아이는 살아 있고나 그 옆에

새우잠 자는 아내의 콧김도 씩씩하고나

방 한 칸 짊어지고 자정을 넘어가는 식구들

세상에 이만한 노동도 없고 방안에 꽉 찬

한 그릇 공기는 아무리 퍼먹어도 배고픈 공기

너 한 숟갈 떠먹이고 나 한 숟갈 떠먹다 보면

아이가 날 낳았는지 내가 아이를 낳았는지

아직 이곳에 날것의 공기가 있다

우리 식구 한통속인 이유가 있다

류길수 '한 그릇의 공기'

본 이름이 류충남인 구미 사는 시인 류길수를 작품 속에 들여놓고 이 시를 읽는다.

어린 아기와 고단한 아내 그리고 가난한 시인, 이렇게 세 식구가 일용하는 양식은 한 그릇의 공기이다.

이 양식은 삶의 원천이자 살아있음의 징후이고 성찬식의 떡처럼 그것은 나누어 먹음으로 한통속(?)이 되는 사랑의 자장(磁場)이기도 하다.

그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무릇 사랑이란 그것이 진정한 것이라면 아무리 퍼먹어도 배고픈 공기 같은 것. 길수야 너무 슬퍼 말라, 우리는 모두 이 하늘 밑에서 !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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