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패션 통신-고리타분 남성패션 가라!

남자라고 해서 고리타분한 클래식한 의상만 입어야 할까. 요즘 유럽 남성들은 때와 장소에 맞는 변화된 모습을 즐기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말부터 각각 5일간 있었던 2005년 봄/여름 밀라노, 파리 남성복 컬렉션은 이제까지 있었던 '남자 옷'(무채색의 단순한 디자인의 수트 의상)과는 다르게 화려한 색상과 흥미로운 패턴의 수트, 캐주얼 의상, 특이한 소재의 액세서리 등의 사용으로 유럽 남성복의 큰 변화를 보여주었다.

여성복에서만 사용되었던 핑크, 보라, 다양한 네온색의 의상들도 새롭게 선보여 미래의 남성들은 자기 표출에 있어 여성 못지 않게 과감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밀라노 컬렉션 기간 중에 선보인 구찌 컬렉션에서는 이전 구찌 특유의 턱시도 위주의 의상들과는 다르게 새롭게 도입된 디자인 디렉터 존 레이가 내놓은 히피풍 의상과 액세서리, 크게 수놓은 셔츠 등으로 내년 봄/여름 구찌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깔끔한 패턴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라다와 세컨드 라인인 미우미우 컬렉션에서는 뱀 무늬 소재를 패치워크시킨 여름용 샌들, 재미있는 모양·그림의 핀 등을 프라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수트와 매치시켜 한층 더 젊어진 '미래의 프라다 남성'을 소개했다.

영국 패션산업의 자존심인 버버리 컬렉션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 주었다.

풀빛 초록, 전등빛 파랑, 핑크, 진 빨강과 노랑 등 화려한 색채의 의상과 함께 비닐 소재의 가방과 신발 등 특이한 소재의 사용으로 영국 캠브리지대학 신입생의 신선하게 달라진 모습을 그려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션업체 캘빈 클라인도 무채색의 단순한 수트 위주의 의상과는 다르게 투톤 컬러의 초록 카키색, 와인색의 몸에 붙는 수트를 내세워 여름 해변가의 세련된 칵테일 파티의 의상을 연상시키고 캐주얼 분위기의 면 소재 기능성 점퍼, 짧은 반바지의 연출로 편안함을 잃지 않은 의상을 소개했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크리스찬 디올의 남성복 컬렉션 또한 과거의 어두운 독일 군복 이미지와 현대의 맵시 있는 유럽 남성의 이미지를 복합시켜 눈길을 끌었다.

약간은 조잡한 느낌의 군복식 점퍼, 소매 없는 격자 무늬의 셔츠, 날려진 가장자리 장식의 의상, 그리고 메탈 소재의 액세서리들로 미래의 유럽 젊은 군인의 모습을 상상하게끔 하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루이비통 남성복 컬렉션은 흰색과 크림색의 수트들과 봄/여름에 맞는 시원한 느낌의 리넨 소재, 그에 맞는 로고 액세서리와 여행용 가방 등의 사용으로 루이비통만의 내년 봄/여름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렇게 한층 젊어진 유럽 남성복의 변화에는 유럽 여성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남성의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 유럽 여성들은 한가지의 따분한 느낌의 의상보다는 차츰 감각적인 옷차림의 남성들을 선호한다"며 한 파티에서 만난 영국의 패션 잡지 ID의 에디터 테리 존스도 흥미롭게 풍자했다.

정미화(패션 저널리스트, 컬트 밀라노/ 뉴욕 패션 TV) mihwachoung@yahoo.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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