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뜻을 지닌 영화 '메멘토(Memento)'는 기억장애로 고통 받는 한 남자의 삶의 파편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레니는 보험 조사원이다.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아내가 강간 살해되고, 레니는 둔기로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는다.
두부외상을 입은 레니는 기억장애 환자가 된다.
이처럼 사건 후, 새로 일어나는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선행성 기억장애라고 한다.
이것은 과거 기억은 온전하지만, 5~10분전에 일어난 일을 회상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장애로, 최근 기억 손상이 대부분이다.
뇌진탕 등의 두부외상이나, 알코올 중독, 치매 등에 의해서도 생긴다.
레니는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 아내의 강간 살인범을 찾는데 남은 인생을 건다.
그는 잠시 후면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으므로, 누구도 믿을 수 없어서 편집증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타인을 해치지나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시간, 장소, 사람에 대한 정보를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남기고, 항상 메모하며, 심지어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 놓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노력도 왜곡되어 가는 기억의 과정을 막을 수 없었고, 본인도 인식조차 못한다.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는 진행되며, 레니는 범인이라고 확신한 두 명을 살해한다.
그러나 결론은 이렇다.
레니의 아내는 인슐린 주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였다.
그날 밤 그녀는 상처를 입었으나, 살아남았다.
그 사건 후 생긴 남편의 기억장애를 아내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보험 조사관은 레니의 기억상실이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없다고 한다.
어떤 노력으로도 남편의 장애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진 아내는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남편에게 인슐린 주사를 놔달라고 한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한다면, 주사준 것은 기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재차 주사를 요구한다.
남편은 아무 거리낌 없이 주사를 반복한다.
결국 아내는 저혈당 쇼크로, 절망하며 죽어간다.
사랑도 신념도 기억장애를 넘어설 순 없었다.
살해범은 결국 남편 레니였다.
기억이란 경험한 것을 뇌의 특정한 부위에 저장해뒀다가, 필요에 따라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기억 과정에는 정신적인 체험을 받아들여 기록하고, 이것을 유지시켜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꺼내어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하는 과정이 있다.
기억 상실의 원인이 기질적인 경우에는 등록이나 저장에 문제가 많고, 심리적인 원인인 경우는 기억의 회상 장애가 많다.
기억은 정신기능의 중심이다.
일상에서 기억이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역할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암기법과 첨단 장비를 동원해 기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은 어떤 달콤한 망각의 해독제가 필요해서 찾아온다.
정신과 의사는 때론 기억을 증진시키는 전문가로, 혹은 아픈 기억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전지전능한 마술사 같은 요구 앞에 스스로의 한계를 잠재울 묘약이 그리울 때도 있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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