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바른 판단의 출발점

요즈음 우리나라는 신 행정수도 이전, 주 5일 근무제, 이라크 파병 등 국가적 현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로마의 대 정치가 카이사르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 이 말의 뜻은 동일한 인물, 동일한 상황, 동일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어떤 입장, 어떤 처지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판단과 해석은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1487년, 포르투갈의 디아스는 인도양의 전초기지가 될 새로운 항구를 개척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서쪽 해안을 따라 남하하고 있었다.

항해 중에 갑자기 거대한 폭풍을 만난 디아스의 범선은 13일 동안이나 표류했다.

마침내 바다가 잠잠해지자, 디아스는 그의 범선이 동쪽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폭풍 속에서 표류하는 동안 배가 아프리카의 최남단을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발견한 그 지점을 '폭풍의 곶'이라 이름지었다.

그러나 디아스로부터 보고를 받은 포르투갈 국왕은 신대륙을 향한 희망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미에서 그 곶 이름을 '희망봉'으로 바꾸었다.

그 때부터 희망봉은 신대륙 정벌에 나선 유럽 제국주의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거대한 희망봉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서구 백인들에게 고통과 착취를 당해야만 했던 아프리카인들에게 그 곳은 결코 희망봉일 수가 없었다.

동일한 곶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폭풍의 언덕이요 절망과 죽음의 언덕이었을 뿐이다.

확실히 어떤 처지 어떤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시 말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인간의 판단과 해석은 이처럼 엄청난 차이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속해야 할 데 바르게 속해 있는 자만이 모든 것을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해석할 수 있고, 또 바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송유언(대구중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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