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킹 아더

'전설'벗고 '진실'입은 아더왕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들이 23일 한국 땅을 밟는다.

영국 최초의 통일왕국을 세운 전설적인 아더왕 이야기를 다룬 '킹 아더(King Arthur·안톤 후쿠아 감독)'가 개봉되는 것.

아더왕의 전설에 얽힌 이야기는 그간 '카멜롯의 전설', '엑스칼리버', '원탁의 기사' 등 할리우드의 단골메뉴였다.

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연극, 문학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수없이 쓰여졌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식상해지기 쉽다는 점은 감독에게 해결하기 무척 어려웠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최근 개봉했던 브래드 피트 버전의 '트로이' 경우처럼.

그래서인지 새 영화 '킹 아더'는 지금까지 아더왕을 다룬 여느 영화와는 달리 신화와 전설의 외피를 벗어 던지고 역사적 진실의 시각에서 아더와 주변 인물들을 응시한다.

아더의 본명이 '루시우스 아토리우스 카스투스'라며 낯선 사실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또 아더는 로마와 브리튼의 혼혈이며, 원탁의 기사들은 로마를 위해 의무복무를 하는 변방의 사마시아 종족 전사였고, 기사 랜슬롯과 삼각관계에 빠지는 기네비어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벗어 던진 채 온몸에 문신을 새긴 여전사로 나오는 등 새로운 해석과 설정으로 여타의 영화들과 다른 비교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나온 아더왕 영화가 보여줬던 신화의 화려함과 신비스러움은 온데간데없고 무척 어둡다는 느낌이다.

신비의 마법과 음유시인, 엑스칼리버의 기적 같은 힘 대신 영화는 도륙으로 넘쳐났던 야만의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치중한다.

때문에 만약 '나쁜 녀석들', '진주만', '아마겟돈' 등으로 유명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명성이나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기대만으로 극장을 찾는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듯하다.

전투 장면은 스케일이 크지만 으레 이런 영화에서 기대되는 장대한 서사는 찾기 어려우며, 아더왕이라는 이름에서 기대되는 판타지도 실화라는 틀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래디에이터', '반지의 제왕' 등의 스케일에 길들여져 있는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자극하기엔 '킹 아더'의 액션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아더왕(클라이브 오웬)과 랜슬럿(요안 그리피스)의 캐릭터는 너무도 힘이 부친다.

오히려 '슈팅 라이크 베컴'과 '캐러비안의 해적'으로 뜬 키라 나이틀리(기네비어)의 카리스마가 더욱 돋보인다.

상영시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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