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범어동 풍경-(2)검찰을 위한 변명

"강한 검찰상 확립을"

지난주에 첫 이야기가 나온 뒤 법조계의 반응은 너무나 뜨거웠습니다.

특히 검찰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검찰을 '깡패'로 비유한 때문이었죠.

정동기 대구지검장은 며칠전 한 행사장에서 기자를 보자마자 "깡패 오야붕이 왔다"는 조크(?)를 던지며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은근하고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정 검사장의 평소 언행을 볼 때 강한 항의의 의미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다른 간부 검사는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검찰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냐"며 우려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 같은 용어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의미가 숨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검찰이 '깡패'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주먹을 휘두르고 위압감을 주는 그런 부류를 지칭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역설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엄정하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한 검찰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얼마전 대검에서 '피의자에게 반말을 하면 징계하겠다'는 지침을 일선 지검에 내려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도둑님, 얼마나 훔쳤습니까? 교도소에서 몇년 푹 쉬고 오십시오" "살인자님! 어떻게 사람을 죽이셨습니까?"

몇년 전부터 '무리한 수사는 아예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검찰 일부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고(?)를 치는 것보다는 일을 줄이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죠.

인권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범법자는 수사기관을 무서워 해야 합니다.

검찰의 권위와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얼마 후면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거물급 변호사를 거느리고 탈법을 일삼는 한국판 마피아가 설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요즘 검찰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기소권 독점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고,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개혁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는 고치고 포기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그렇지만 범법자를 처벌하는 일에는 흔들려서 안되고, 또 누가 흔들어서도 안됩니다.

힘있고 패기 있는 '검찰'이 되어야 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습니까? '법대로 살고 법대로 죽자'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언(苦言)이었습니다.

이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다 보니 변호사에 대한 얘기는 다시 다음 주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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