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선영)'문화도시'란게 뭐지?

대구 시민이 된지 반년, 여전히 "외지에서 오셨나 봐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나 스스로에게도 대구라는 삶의 공간을 '외지인(外地人)'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은 강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에는 그 나름의 특별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특권을 잃어버리기 전에, '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한마디하고 싶은 일이 있다.

얼마 전 춘천 한림대에 다녀올 일이 있어 그 방법을 알아보았다.

인터넷에서 고속버스 노선을 확인하고 예매를 했다.

당일 일정이 빡빡했고 길도 설어서 정확한 탑승 위치를 확인해 놓으려고 안내 전화번호를 찾았으나, 내가 예약한 버스회사 전화번호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고, 고속버스터미널 통합 안내 전화번호도 발견할 수 없었다.

(참고로 통합 안내 번호를 찾을 수 없는 곳은 대구가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리저리 클릭을 하다가 춘천 터미널에는 그 회사 전화번호가 있는 걸 발견했다.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해서 불편했다고 말했더니, 대구에는 자기네 사무실이 없어 그런 거라며 ○○고속 타는 장소로 가서 타면 된단다.

그러면 그렇다는 안내라도 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 하니까 대뜸 "처음 가는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 했더니, 아니 이 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 그래서 그런 거 아니냔다.

다음부턴 괜찮을꺼 아니냐고. 물론 그렇겠지, 이 고생을 했는데 다음에 또 그러겠어, 속으로 생각했지만, 어이가 없었다.

처음 가는 사람은 이런 불편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건가?

비슷한 경험을 시내버스 이용 시에도 여러 번 했다.

몇몇 중심 정류장들을 제외하고는 정류장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곳이 많았다.

길을 헤매다 어느 버스 정류장에 도달해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당황, 두리번, 그리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스럽게 물어야 한다.

"근데요, 여기가 어딘가요?" 그나마 버스운행 노선표가 붙어있는 곳에도 내가 현재 서 있는 정류장 이름은 표시되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그 노선표에는 버스의 진행 방향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채 기점과 종점, 그 사이의 중요 경유지들만 빼곡 적혀 있어 가고자 하는 곳의 이름을 알더라도, 내가 그 방향에 맞게 서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물론 나도 시간과 함께 익숙해질 것이고, 누구에게 묻지 않고도 '내지인(內地人)'처럼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게 되리라.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안내문 내지 안내판 등은 본래 '처음 가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던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대도시인 대구에서 물론 이런 일들이 대구만의 문제는 아닐 터이지만 '내지인'의 고정되고 정체된 시선을 확인하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문화도시 건설은 타인(他人)을 위한 작은 '화살표 표시' 하나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경북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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