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래시장 '인터넷 점포' 분양

정부, 전자상거래 활성화 지원

재경부와 중기청이 재래시장 특산품을 인터넷 포털에서 판매하는 시장활성화 계획안을 발표한 데 대해 대구권 재래시장, 상가,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7월말부터 9월까지 재래시장 내 전자상거래 능력이 있는 3천개 업체에게 인터넷 점포를 분양, 전자상거래를 도울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국 각 재래시장은 이에 들기 위해 치열한 작업을 하고 있으나 지역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태

서문시장 전자상거래 홈페이지(http://sm-shopping.com/sm, http://www.seomunsijang.daegu.kr)에는 3천8백여 점포 가운데 34개 점포만 소개돼있다.

번영회가 점포 소개만이라도 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상인들은 협조하지 않고 있다.

서문시장상가번영회 박병일 사무국장은 "상인들이 인터넷 쇼핑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고객들도 40~60대라 컴퓨터를 이용한 상품구입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현금보다 신용결제를 원하지만 재래시장 홈페이지는 계좌이체나 현금구입만 가능한 것으로 못박고 있어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칠성시장도 마찬가지. 2002년 5월 270여개 점포가 칠성시장 홈페이지(http://www.chilsungmarket.com)에 등록됐지만 매출과는 연계되지 않고 있다.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사진을 찍는데 2개월을 쓸 정도로 협조가 부족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자상거래 필요성 못 느껴

서문시장 내 삼베·모시전문점 대도상회 이상도 사장은 "홈페이지를 만들면 매출이 훌쩍 뛸 것이라 예상했지만 변화가 없다.

문의전화만 많아졌을 뿐 실제구입과 연결되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재래시장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게들은 저마다 매출이 향상되지 않는다며, 전자상거래에 대해 부정적이다.

아직 재래시장 홈페이지가 불특정다수의 전국 소비자를 끌어당길 만한 매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구입하는 현상도 재래시장 홈페이지 이용을 떨어뜨리는 요인. 칠성시장 오팔상회 권순관(43)사장은 "택배비까지 부담하려면 일정 물량 이상 주문이 필요한데 아직 그런 주문은 없었다"며 "아직 인터넷 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데 어색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명대 경영학과 박명호 교수는 "서울 신길동의 '사러가시장'처럼 재래시장을 현대화시켜 온라인·오프라인 마케팅이 다 가능하도록 해야만 온라인 재래시장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전자상거래 재래시장이 돼야

서문시장 커튼점 가미홈패션 이귀남(44.달서구 두류동) 사장은 지난해 2월 홈페이지를 만들어 낮밤으로 영업 중이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전자상거래의 특성을 활용, 오후 7시쯤 집에 도착하여 바로 인터넷 검색으로 주문에 답한다.

이씨는 "울산의 고객에게 안방과 거실 커튼을 제작해주고 70여만원을 벌었다"며 흐뭇해했다.

재래시장의 전자상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한 관건은 고객·상인들의 컴퓨터활용능력이 아니라 사이버상에서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신뢰확보.

3, 4대에 걸쳐 가게를 운영하는 일본 재래시장이 전자상거래를 잘하는 건 신뢰성을 확보한 가게들이 많기 때문. 일본 재래상인들은 고객에게 신제품 정보를 제공하고 후속 고객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박교수는 "오랫동안 장사를 한 상인이 인터넷으로 품질식별이 가능하고 고객밀착정신이 살아있는 쇼핑몰을 구축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경영학부 장흥석 학장은 "지금의 20~30대가 성장하면서 제품구매 패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재래시장의 인터넷 쇼핑몰 구축은 출발만 늦었을 뿐 성공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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