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21일 제주도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대로 북핵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6월 베이징(北京) 3차 6자회담을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된
상황에서 북핵문제의 결정적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전략적 협력문제를 집중 협의했다
는게 양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들어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크게 유연해지고, 일본이 북한과의
수교에 적극성을 보이는 등 미.일 양국의 대북 관계 개선 움직임이 성숙돼가는 시점
에 두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 자체가 일단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
진다.
물론 이번 회담이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협의보다는 큰 틀에서의 전략적 이해와
협력을 확대하는데 목적을 두었던 만큼 북핵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합의나 결론은 처
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일본측의 긴밀한 협력을 확보하고 남
북관계, 북일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안정 실현에 노력키로 합의
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무엇보다 최근 대북 수교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북
핵 해결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때문에 오는 9월께 개최될 예정인 북핵 4차 6자회담의 전도가 한층 밝아진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 연내 남북정상회담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맞물
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난달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남북한과
미.중.러.일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가능한 빠른 시일내 실무그룹회의
를 열어 핵동결의 범위, 기간, 검증 방법과 상응조치를 구체화하기로 합의함으로써
4차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켜 놓았다.
이로 인해 4차 회담에서는 '핵동결 대 상응조치'에 대한 본격적인 협상이 가능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담에서도 대북 중유 지원 재개
방안이 논의됐다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공식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 이후 남북한 사이는 물론 북일, 북미 간에도 적지않은 변
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남북한은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지난달 열린 제11차 아세안지
역안보포럼(ARF)에서 두차례에 걸쳐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지난 2000년 7월 첫
외교장관회담 이후 4년간 한번도 회담이 없다가 두차례나 연이어 만남으로써 최근의
남북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도 회담을 갖고 의미있는 대
화를 나눴다. 파월은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백 외무
상은 조선은 미국을 영원한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화답했다.
특히 미 국무부는 20일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참석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고 싶
다는 북한의 유엔주재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의 요청을 전례없이 '흔쾌히'
승낙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의 핵심 실세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
관이 최근 한.중.일 3개국을 순방, 북핵문제를 집중 논의한 데 이어 존 볼턴 미 국
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도 현재 한.중.일 3개국을 순방, 북핵해법 마련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중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향후 1년내 북한과 수교를 성사시키고 싶다
"는 희망을 피력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5월 북일(北日)-미일(美日)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金正日) 국방위원장,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중을 두루 탐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가 북핵문제 해결의 조율사역을 수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비록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방한이 국빈방문은 아니어서 '화려함'은 없지만 작
년 2월 노 대통령 취임식, 같은해 6월 노 대통령 방일, 10월 '아세안+3' 정상회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회동 등 4차례의 회담을 통해 다져진 신뢰를 기반
으로 양국 정상이 북핵 해결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것도 이런 흐
름과 맞물려 있다.
이번 회담은 형식면에서도 과거 회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관
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청와대는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국을 오가며 빈번히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실무회담 성격의 '셔틀외교'라는 새로운 정상외교의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때문에 양국은 공식 수행원을 5명으로 제한하는 등 수행원 규모를 최소화했고,
공동성명 대신 공동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기간 내내 노타이 차림
으로 임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한일관계 미래 비전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이라
크 임시정부 조기정착을 위한 국제협력 ▲한미-미일동맹 관계와 한미일 공조 ▲일본
내 한류(韓流), 한국내 일본문화, 한일 문화교류 증진 등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협의
를 했다. (연합뉴스)
사진 : 21일 오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노무현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밝은 표정으로 접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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