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문화가 농촌을 살린다

'농촌살리기' 운동에 문화관광부도 나서라. 뚱딴지같은 소리가 아니다.

지금의 농촌은 농림부도 재정경제부도 살릴 수 없는 위기다.

농촌의 문화 공동화(空洞化)가 농촌지역공동체 붕괴를 불러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지역 문화의 현실을 보자. 농촌지역의 문화라곤 오직 TV뿐이다.

도시지역에선 날로 대형화되어가고 있는 그 흔한 영화관조차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함께하는 문화가 없다보니 일터에서 돌아오면 모두들 곧장 자기 집에서 TV 속으로 빠져든다.

옛날 끈끈했던 공동체의식마저 희미해져 간다.

농촌문화의 부재는 당연히 농촌지역공동체 붕괴를 불러온다.

그렇다고 농촌지역 주민들은 문화욕구조차 없는 걸까.

지난 6월9일 경북 영덕군 영해읍에 개관한 예주문화예술회관. 개관기념으로 1주일동안 펼친 리틀엔젤스 초청공연과 연극, 영화 실미도 상영 등에 1만5천여명의 주민들이 몰렸다.

관객동원이 없었던 탓에 행사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랄만한 현상이었다.

예천군이 지난 4월부터 매월 군 문화회관에서 1편씩 상영하고 있는 무료영화 상영에도 6천400명이 관람했다.

농촌지역 주민들이 각종 문화공연에 목말라했던 증거다.

그럼 어떻게 이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지난해 경기도 예술단체에서 벌인 '모세혈관 문화운동'같은 사례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들 단체들은 읍.면지역까지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통해 붕괴되고 있는 농촌지역 공동체 복원을 위한 노력을 펼쳤다.

지난 6월 서양화가 류준화(40.여)씨가 경북지역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비나리 마을) 산골마을에 개관한 '작은 미술관'도 농촌문화운동의 전진기지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류씨는 농촌이라고 해서 전통문화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문화적인 만족감을 어느 정도라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농촌은 한결 살 만한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러나 문화단체나 개인들의 노력과는 달리 아쉽게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농촌문화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경제제일 도정을 펼쳐온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경제활성화가 생존의 문제임은 분명하다.

지역경제를 위한 경북도의 노력에 딴지를 거는 게 아니다.

이젠 경제에 쏟은 노력만큼이나 농촌지역의 문화환경에도 신경을 쓸 때가 됐다.

문화환경은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경북은 농가인구 비율에서도 20.5%로 전국평균 농가인구 비율 7.4%보다 월등하게 높지 않은가.

농촌문화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을 개발하고 소외된 곳으로 문화를 전파시키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농촌지역을 위한 문화도지사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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