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공짜로 받는 책

변변찮지만 문학을 공부하고 평론가로서 문단에 더러 얼굴을 내밀다 보니, 주위 문인이나 연구자들로부터 적잖은 책을 공짜로 받는다.

소설, 시집, 수필집, 연구서, 기타 등등 그 종류들이 다양하다.

면지에 자필로 정성스레 서명해서 봉투에 넣어 우편으로 부쳐오는 책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럴 때마다 늘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왜냐하면 내 경험한 바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한테 책을 받고 그것에 맞는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한 줄도 안 읽어보고 내팽개치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서문 정도 읽어보고 목차를 통해 대충 어떤 내용의 책인지 훑어 보는 것으로 끝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상대방이 다 읽어 주리라 기대하고 책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저자 자신이 공들였던 부분에 대한 작은 이해 정도는 바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책을 받았을 경우 따뜻한 격려의 뜻을 전하는 것은 누구나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세 권의 연구서, 두 권의 평론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보냈다.

몇몇 사람들로부터 격려의 전화를 받거나 고맙다는 뜻을 담은 메일을 받기도 했다.

때로는 어느 부분을 감명 깊게 읽었노라고 편지까지 보내주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 고맙기 그지없다.

이제 나는 누구로부터 책을 받을 때마다 고맙게 잘 받고 열심히 읽어보겠다는 인사를 절대로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가능하면 그 사람의 책을 서점에 가서 돈을 주고 한 권이라도 사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해본다.

몰염치하게 받은 적잖은 책이 내 서가에도 버젓이 꽂혀 있다.

부끄럽다.

경일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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