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빚탕감 4천707억에 그쳐

양해각서 체결...'40% 탕감' 약속위반 논란

건설교통부와 대구시는 23일 4천707억원 규모의 지하철 부채탕감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내년도 예산편성부터 일부 부채탕감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는 지난해 11월 박승국(朴承國) 전 의원과 건교부.기획예산처와 맺은 2002년말 기준 지하철 부채 40% 탕감 약속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를 상대로 맺은 약속을 채 1년이 안돼 뒤집었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 불신 증폭이 우려된다.

그러나 지하철 부채 논란이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지하철공사법안이 부채탕감의 길을 열었듯 지난한 예산투쟁의 과정이 남아있다. 지역에서는 일단 정부가 제안한 4천707억원 규모의 탕감안을 받아들이되 탕감비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구시 예산담당관실 관계자는 "양해각서 체결로 돌아오는 예상 탕감 규모는 △지하철 건설 국고지원 비율 10% 소급지원에 따른 4천114억원과 △사업비 10% 차입시 향후 10년간 이자 보전액 593억원을 더해 4천707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3일 정부측과 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미흡한 부분은 지역 정치권과 연대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고지원 비율을 상향조정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건설교통부는 22일 국회 건교위 소속 안택수(安澤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지자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검토했다'며 △지하철 건설비용 시비 투입비율 완화(40%→30%), △기존 부채 상환기간 완화(10년→40년) △지하철 건설비 국고지원비율 확대(50%→60%) 등을 제시했다.

건교부측은 "국고지원에 따른 예산편성시 전년도 지자체의 의무사항, 예컨대 기존 지하철 부채 상환, 건설비 지방분담분 투입, 운영적자 보전 등의 이행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6대 국회 당시 2002년말 기준 대구 지하철 부채 1조7천119억원의 40%인 6천848억원을 탕감하겠다고 밝힌 건교부.예산처측이 채 1년도 안돼 스스로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이 문제삼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17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는 논란 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때 지하철 부채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추궁하겠다"며 "국회의 회기가 끝난 시점에서 서둘러 지자체와 양해각서 체결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다시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 지하철 문제에 매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마찬가지로 지하철 부채에 대한 국고지원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건설비 조달, 경영개선 등 대구시의 자구노력도 물론 선행 내지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정치권과 대구시가 무얼 했느냐는 문제는 남는다. 16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박승국 전 의원이 "16대 국회의원이 한 일을 17대 대구 의원들이 챙겼어야 했는데 모두 외면한 결과"라고 한 질책은 따갑다. 대구시 역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를 상대로 치밀하게 대응하고 따졌어야 했지만 수동적인 협상자세만 고집했다. 최재왕.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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