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불을 지핀 국가정체성 위기 논란이 하반기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의 발언을 '색깔론'이라고 몰아붙이자 한나라당은 '역색깔론'이라고 되받아 총선 직후 양당이 약속한 상생의 정치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23일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알맹이 없이 구호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70, 80년대 독재시대 대중을 선동하는 우중정치이자, 포퓰리즘 정치"라고 박 대표를 공격했다.
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올여름 사상투쟁을 한다는데 지금이 문화혁명 시기는 아니다"면서 "딱지붙이기식 색깔론을 중지하고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구체적인 정책경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끊임없는 과거 회귀이자 이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합리적 보수와 진보는 상생해야 하는데 여권은 이를 정쟁화하고 색깔론으로덧칠하고 있다"며 "현 집권세력은 보수세력의 과거를 들춰 반사이익에 기대는 낡고 퇴행적인 진보세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국가정체성을 지키자는데 색깔론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구시대적 천민정치 수법"이라고 비판했고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도 "경제위기를 거론하면 정권흔들기이고, 안보문제를 얘기하면 색깔론이라고 한다"며 "도둑이 제발저린 격"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공방은 양당이 하반기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가를 시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서해북방한계선 보고누락 파문과 그에 따른 군과 청와대의 갈등, 의문사진상규명위의 간첩.빨치산 민주화인사 인정, 국가보안법 폐지론 부상 등으로 야기된 현 정권의 이데올로기 성향을 문제삼아 보수층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중추세력이 안고 있는 태생적 취약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한나라당에 대한 전반적인 여론의 이탈을 가져올 것이며 이같은 전략을 구사할 경우 최근 추락하고 있는 지지도와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이반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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