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사람 모이는 도시로-(9.끝)홍철 대구.경북 연구원장

"정치적 푸대접 말하기전 구체적 요구안 제시해야"

'대구, 사람이 모이는 도시'로 기획된 이번 시리즈에 홍철(洪哲) 대구.경북개발연구원장 만큼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인물도 없어 보였다.

지역출신으로 건설교통부에서 국토개조론을 주창하다 국토연구원장 자리를 거쳐 최기선 인천시장에게 스카우트됐던 사람. '낯설고 물선' 인천에서 인천대 총장, 인천발전연구원장으로 5년을 보내다 이제는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둥지를 틀었다.

홍 원장에게 대구의 희망과 미래는 '화두'가 돼 있다.

'세계화 시대, 지방화 시대' 대구의 부흥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뭔지 물어봤을 때 홍 원장은 단호하게 "과거 포항사람, 안동사람, 경주사람이 모여들던 대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멀리 외국 사람 끌어올 생각보다 옛날에 다 대구로 모이던 사람들이 다시 대구로 몰려들도록 해야 한다"며 "가까이 있는 사람을 내팽개치고 뭘 얻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구가 가진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고속철 시대 각 도시들끼리는 'ALL OR NOTHING'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영화를 꿈꾸며 피해의식에 젖어가지고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동대구 역세권 개발문제도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

동대구역 개발과 함께 대구공항을 동남아, 일본, 중국 항로로 특화한다면 경북 사람은 물론 멀리 대전에서도 사람들이 올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해야지 딴 것만 자꾸 탐한다고 될 일이냐"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구 사람들의 '열린마음'을 강조했다.

대구의 폐쇄성, 패거리 문화 등 보수적 특성 때문에 사회.경제적 후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을 그 역시 잘 알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는 "대구의 내륙도시라는 지리적 여건과 과거 60년대부터 30년동안 지역출신이 권력 중심에 있었던 것 때문에 대구의 변화가 늦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개혁이 뒤따르지 못한 면이 있지만 대구가 갖고 있는 장점을 되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도 이제는 공항과 철도가 있는 내륙도시가 크고 있다"며 "종전에는 항구도시가 컸지만 고속화 시대가 되면서 대구도 이제는 물결을 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대구의 가능성의 근거로 우선 쾌적한 대구환경을 들었다.

"이제 먼지나는 도시는 경쟁력이 없다.

도시는 이제 살기가 좋아야 하는데 대구는 멀리보면 기본이 잘 갖춰진 괜찮은 도시"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광범위한 인적 인프라에 희망을 걸었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라고 하는데 지식은 사람이 갖는 것 아니냐. 대구는 수많은 사람을 길렀고 지금도 사람을 기르고 있는 도시"라면서 "현대에 맞게 지식인력을 확충한다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지만 "대구 사람들이 시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DKIST가 얘기되고 있는 것도 고급인력 유치와 무관하지 않은데 그 사람들은 수많은 선택의 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만일 대구 사람이 아니라고, 대구에 연고가 없다고 배척한다면 그 사람들이 대구에 오래 붙어있겠느냐. 지금 대구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나를 잣대로 사람을 받아들이는 자세라야 사람을 붙들어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치적 푸대접론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손사래를 쳤다.

"과거 청와대 경제비서관 시절 대구에서 섬유하는 사람들이 섬유산업이 어렵다며 '청와대는 뭐하노'그러면서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으름장을 놓던 때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중앙정부 성격도 바뀐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근한 예로 (DKIST) 입지문제로 대구와 경북이 싸우는데 그렇게 하면 이제는 정부도 교통정리를 안한다.

대구와 경북도 이제 중앙정부를 딜(Deal)의 대상으로 생각해야지 자꾸 위만 쳐다만 보는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적인 안을 갖고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친다면 중앙정부도 안 따라올 수 없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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