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O 등 우리나라 전시장 관계자들은 특별한 전시회를 마련, 첫 해 성공을 거두기도 어렵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더라도 다음해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
'남의 집안 잘 되는 모습을 못 보는' 국내 풍토 때문.
"국내 최초로 올 해 대구에서 열린 소방방재전시회가 잘되니까 다른 지역에서 '우리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전시회 폐막과 동시에 나옵니다.
모터사이클 전시회도 마찬가지예요" EXCO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독일은 달랐다.
독일전시산업연합회(AUMA.Association of the German Trade Fair Industry)라는 전시산업의 '규찰대'가 나서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집안 단속이 경쟁력
독일 24개 도시가 전시장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같은 전시회'의 중복 개최가 항상 우려된다.
독일내 도시들끼리 '싸우는 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 1998년 이전까지 독일 쾰른에서 개최되던 모터사이클 전시회가 이 해엔 두 개의 전시회로 갈려졌다.
같은해 뮌헨에서 모터사이클 전시회가 새로이 막을 올린 것.
"독일내에서 매년 140여개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1개의 전시회가 2개로 나눠져 똑같은 형태로 열리는 것은 단 한 가지 사례, 쾰른의 모터사이클 전시회 뿐입니다.
당시 전시회에 참여하는 업자들이 집단적으로 행동, 뮌헨에서 새로운 모터사이클 전시회를 만들었죠. 위의 사례를 소개할 수 있는 이유도 그만큼 분란이 적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 (독일전시산업연합회 홍보담당 실비아 카니츠)
전시장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1위인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이 전시장은 2000년대 초반, IT경기의 폭발로 엄청난 호황이 기대됐지만 IT전시회를 기획하지 않았다.
하노버에 세빗(CeBIT)이라는 세계 최대의 IT전시회가 있었기 때문. '잘 되는 사업'이라 해서 다른 도시의 전시회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독일의 풍토를 가장 잘 읊어주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관계자는 "독일 전시장은 전시장마다 '주요 전시군'을 정하고 그 영역을 최대한 지키려한다"며 "독일전시산업연합회가 이와 관련된 조정기능을 하고 전시장들은 조정에 따른다"고 했다.
김한일 부관장(KOTRA 베를린무역관)은 "베를린에 있는 독일전시산업연합회는 우리나라 전시장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권위있는 기관이 나서 조정기능을 하고 있으며 독일 전시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제시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어디서 권위가 나오나?
독일전시산업연합회는 1907년 만들어졌다.
전시회에 관련된 전시업체, 전시참여기업, 바이어 등 방문객 등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 모든 전시 구성주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독일전시산업연합회는 로비기관으로서 독일 연방정부 및 입법부, 행정부의 무역, 환경, 세법 등의 모든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으로 권위를 자랑한다.
대외적으로도 독일 전시산업 대표자 자격으로 EU에도 힘을 미친다.
독일 전시산업의 보호에도 앞장서는 것이다.
독일내에서 필요 이상의 전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규제하고, 같은 전시회를 베껴가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검증 노력을 편다.
한 전시장의 생존을 위해 대다수 전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것.
독일전시산업연합회측은 "베끼기 전시회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면 '청문회'를 연다"며 "청문회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장에 의해 자연스레 '베끼기'가 저지된다"고 했다.
연합회측은 전시장들이 연합회의 '규제'에 굴복하도록 하기 위해 '정확한 시장 정보'를 축적한다.
특정 전시업체의 매출과 전시참여업체 및 방문객 숫자 등을 정확히 관리, '정보'에 의해 연합회의 권위를 쌓고 있는 것. 뻥튀기 정보를 통해 특정 도시가 도시내 전시장의 성적을 과대 포장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베를린 연합회 본부에 가면 5천여권에 이르는 독일 전시산업 관련 자료가 소장돼있고, 독일전시산업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250여권의 고서적도 있다.
연합회는 전시주최자 및 전시참가업체에 대한 회비 징수 등을 통해 연간 400만유로(54억여원)의 재정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된 정보 수집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권위있는 규찰대로서의 위치를 이어가고 있다.
▨집안단속 왜 필요한가?
독일전시산업연합회가 전시회에 대한 조정기능을 하는 이유는 전시회 참가업체 및 바이어들을 위해서다.
전시회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야한다는 것.
"전시회가 일단 열리면 그 곳에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려면 같은 주제의 전시회가 몇 군데에서 열리면 안되죠." (독일전시산업연합회 관계자)
독일전시회의 경우, 최근 전문화 경향을 급속히 타고 있다.
'거시적' 전시회에서 '미시적' 전시회로 가고 있는 것. 독일전시산업연합회는 이 과정에서도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노버의 산업전시회가 있지만 프랑크푸르트는 최근 '조명 및 빌딩오토메이션' 부분만 분화시켜 올 해로 3회째 전시회를 열었다.
다른 전시장에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특화된 새 영역'을 만든 것.
독일전시산업연합회측은 특화된 전시회가 생겨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시업체와 바이어들이 한꺼번에, 단시일내에 옮겨가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새로운 경향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서도 시장내 규제가 필요합니다.
최근 통독 이후 옛 동독 지역에서 서독지역의 전시회와 유사한 전시회를 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전시산업연합회가 여전히 강력한 역할을 하고 있어 각 도시의 브랜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관계자는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프랑크푸르트 전시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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