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도술 부리는 스님

옛날 옛적, 우리나라하고 이웃 나라하고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이야기야. 이웃 나라에서 해마다 우리나라 처녀총각 삼백 사람씩을 잡아갔대. 왜 잡아갔느냐고? 글쎄, 일꾼으로 부려먹으려고 그랬겠지. 어쨌든 해마다 사람 잡는 사신이 왔다 갈라치면 온 나라가 그냥 초상집이 됐어. 집집마다 멀쩡한 아들딸을 빼앗기고 땅을 치며 우니까 그게 초상집이 아니면 뭐가 초상집이야.

이래서 온 나라가 근심에 잠겨 있는데, 이 때 금강산에서 도 닦는 스님 하나가 나섰어. "잡혀 간 사람들을 내가 가서 데려오겠다."

스님이 혼자서 조그마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이웃 나라로 갔어. 가니까, 그 나라 사람들이 이 스님을 시험하려고, 배에서 막 내리는 스님에게 화살을 마구 쏘아대는 거야. 그런데 스님은 비 오듯이 쏟아지는 화살을 손으로 다 받아서 하나씩 뚝뚝 분질러버렸어. 그러니까 그 나라 사람들이 다 놀랐지.

그 다음에 스님이 뭍에 오르니까, 또 시험을 하려고 쇠못을 불에 벌겋게 달구어 가지고 길바닥에 거꾸로 잔뜩 꽂아 놓는 거야. 그런데 스님은 태연하게 맨발로 그 못 위를 걸어갔어. 그래도 발에 흠집 하나 안 생기고 피 한 방울 안 나. 이걸 보고 그 나라 사람들이 더 놀랐지. "참으로 대단한 스님이로구나. 저런 사람을 살려 뒀다가는 큰일나겠다."

이웃 나라 사람들이 숙덕숙덕 의논을 한 끝에 스님을 죽이기로 하고, 그날 밤에 스님을 쇠로 만든 방에 가두었어. 그래 놓고 아궁이에다가 마구 장작불을 땠어. 밤새도록 불을 때니까 쇠가 빨갛게 달아오를 것 아니야? 방바닥이고 바람벽이고 천장이고 온통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거지. 그렇게 사흘 밤낮 동안 불을 땠어.

''이제는 불에 타 죽었겠지.''하고, 사흘째 되는 날 사람들이 방문을 열어 봤어. 그랬더니 글쎄 스님이 아랫목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데 온몸에 성에가 하얗게 끼고 옷고름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더래.

"어 춥다. 얘들아, 불 좀 더 때라."하면서 말이야. 그걸 보고 사람들이 다 그만 놀라 자빠졌지.

그 다음날에는 스님을 얼음집에다 가두었어. 그래 놓고 밤새도록 찬물을 끼얹어 얼음이 꽁꽁 얼어붙게 했지. 사흘 밤낮 동안 그렇게 가두어 놨어.

''이제는 얼어죽었겠지.''하고, 사흘째 되는 날 사람들이 방문을 열어 봤어. 그랬더니 글쎄 스님이 윗목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지 뭐야. "아이고 더워라. 얘들아, 찬물 좀 더 끼얹어라."하면서 말이야. 그걸 보고 사람들이 다 그만 놀라 자빠졌지.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고, 암만 해도 안 되니까 이웃 나라 임금이 그만 항복을 했어. 그리고 스님에게 제발 돌아가 달라고 애걸복걸을 하지. "너희들이 잡아간 우리나라 사람들을 다 풀어 주면 돌아가겠다."하니까 말을 들어야지 뭐 별 수 있어? 다 풀어 줬지. 이렇게 해서 스님이 우리나라 처녀총각을 다 구해 가지고 돌아왔대. 그 뒤로는 이웃 나라에서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 했다는 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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