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성장군 전역...'NLL 파문' 일단락

북한 경비정의 무선응신 내용을 언론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기무사의 조사를 받아오던 박승춘 합참 정보참모본부장(육군중장)이

26일 자진 전역의사를 밝히면서 '북한 경비정의 응신내용 허위보고' 파문은 일단락

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

박 본부장이 이날 오전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받을 것이라

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전역을 선택한 것은 북한 경비정의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불거진 보고체계의 허점과 관련해 '만신창이'가 된 군을 보호하려는 노력

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달 16일 허위보고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한 이래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온나라가 떠들썩했는데도 해군작전사령관을 비롯한

5명만 경고조치를 받게되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

소리마저 제기됐다.

더욱이 조영길 국방장관이 24일 해작사령관이 '단순 판단착오에 따른 보고 누락

보다는 합참으로부터 사격중지 지시를 우려해 누락했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파문이

증폭되자 이제는 군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질타가 빗발쳤다.

군 수뇌부 차원에서 '극약처방'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기를 먹고사는 군의 위신

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적 불신이 극도로 증폭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에 북한교신 내용을 유출한 박 본부장이 26일 오전 군통수

권자인 대통령과 군 전체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 장관에

게 전역의사를 표명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장에서 제병지휘관을 맡아 전군을 대표해 노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신이 군복을 벗는 것으로 군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들이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박 본부장이 이날 전역희망 후 곧바로 보직이 해임되자 자신의 행위에 비춰 매

우 이례적이라는 반응들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기무사의 조사 결과 북한 경비정의 기만행위가 있었던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교신관련 자료를 일부 언론에 건네주는 과정에서 아무런 악의가 없었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만 군사보안시행규칙과 국방부 공보규정,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한 정도여서 이

날 오전 10시 개최 예정이었던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경우 경고 정도의 경징계를 받

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인사위가 소집되기 직전에 군내 최고 정보 책임자로서 여러

가지 상황을 판단해 군복을 벗기로 결심했다는 말을 남기고 33년간 걸어온 군문을

나섰다.

이와 관련, 박 본부장이 막판까지 억울함을 호소할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외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전역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본부장이 이날 보직해임됨으로써 이달 14일 서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월선했다 경고사격 직전에 거짓내용의 송신을 우리측에 보낸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

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일간 계속된 파문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2년 서해교전 당시 해군 참수리호를 격침시킨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했을 당시 해상에서 빚어졌던 실체적 진실을 언론에 알려줬다는 이유로 3성장군

이 군복을 벗게되자 국민의 알권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군 안팎에서 제

기되고 있다.

군사기밀도 아닌 일반적인 내용을 단지 언론과 접촉하는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

로 군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목격한 군인들이 언론을 경계하거나 기피하는 기존의

풍조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북한군이 바다나 하늘, 육지를 통해 침투했을 때 군 장교들이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거나 보고에만 열중하다 참사를 맞게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오전 NLL을 월선한 선박이 규모나 조업당시 정황 등에 비춰 북한

어선일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합참이 미식별 어선이라고 발표한 것은 급속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희망하는 청와대측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