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공부문과 금융보험업, 종업원 1천명 이상 사업장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됐다. 은행, 대기업 등 일부에서 이미 시작되긴 했지만 법률에 따라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는 점에서 우리 생활상에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실시 방법과 조건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으며 업종이나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내용도 크게 달라 사회적 위화감 조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사간 쟁점
사용자측은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월차휴가 폐지, 연차휴가 축소, 연장근로수당 할증률 2007년까지 25%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주5일 근무로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실질적인 임금 저하로 이어지는 연월차 휴가 등을 조정하는 데 반대하고 있으며 연장근로수당 할증률도 50%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신규 인력 충원에 대해서도 차이가 나고 있다. 특히 24시간 공장 가동이 필요한 유화, 화섬, 발전부문 공기업 등에서는 최대 현안이다.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연장 근로 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반면 노조는 신규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의 문제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근로시간이 줄고 임금이 올라가는데 시간당 생상성이 높아지지 않으면 기업들의 성장은 그만큼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우리나라 실질 성장률이 2008년까지 매년 0.9~1.1%포인트씩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이 1989년 이후 5년에 걸쳐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주당 근로시간이 5시간 감소한 것이 일본 경제 성장 중단과 장기 침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의 노.사 갈등에 대해서도 실질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교섭을 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 등 분배 교섭에 치우친 협상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장기적인 인력 관리 방향이나 생산 효율 향상,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노사가 상생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사회적 위화감 조성 문제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대기업과 공기업, 정부 부처 등에서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됐지만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서민들에게는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일요일도 쉬기 어려운 영세기업 근로자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주말이면 교외로 놀러나가는 여행객들 때문에 택시 기사들이나 도심 상인들의 벌이도 위협받게 됐다. 때문에 주5일 근무제가 자칫 돈 있는 사람들만의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로선 일자리 나누기 등의 근본 취지가 제대로 실현돼 서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영상황이나 노조 성향 등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가 일수를 줄이지 않고 연장근로수당도 50%를 더 주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월차휴가 폐지, 연차휴가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등과 함께 시간당 생산 목표를 높여 근로조건이 더 나빠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기업도 있다.
◇여가와 삶의 질 문제
주5일 근무제로 누릴 수 있는 여가 시간은 많아졌지만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준비도 턱없이 미흡해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기만 했지 삶의 질의 진정한 의미,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여가 문화 개발, 남성의 가사활동 참여 확대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취미를 개발해 이에 몰두하거나, 가족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데 투자하거나, 문화 생활을 즐기거나,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내용, 프로그램 개발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직장 중심 패러다임 전환, 질 높은 여가문화 정착, 다양한 제도와 정책 등 광범위한 모색을 통해 어렵사리 시작한 주5일 근무제가 삶의 질 향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노력도 시급한 상황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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