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더위는 유난하기도 하다.
한낮 기온이 37도가 넘고 열대야 현상도 전국적이다.
여기다 시국을 화제로 올린다면 독자 여러분이나 필자나 너무 덥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목도 축일 겸 아이스크림 얘기나 하나 해보자.
1904년 여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다.
미국이 루이지애나주(州)를 획득한 100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이 박람회는 국민의 관심이 대단했다.
관람객이 1천300만이나 되었다고 하니 뜨거웠던 그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 와중에 먹을거리 장사들도 신이 났다.
그 중의 한 장면.
시리아의 제빵업자 어네스트 함위와 프랑스계 미국인 10대 소년인 아이스크림 행상 아놀드 포르나슈가 나란히 한 장소에 전을 폈다.
당시만 해도 아이스크림은 접시에 담아 먹었다.
그러나 많은 접시를 현장에 가져갈 수 없었던 아놀드 소년은 종이 접시를 준비했는데 손님이 워낙 많아 그것도 금방 동이 났다.
잠시 생각에 골몰한 아놀드 소년은 옆의 제빵업자 가게에서 와플(얇은 풀빵)을 사다 그걸 원뿔형으로 말아 보았다.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담으니 참으로 훌륭한 용기(容器)가 되었다.
손님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였으니까.
신문들은 이를 두고 '아이스크림 콘(cone. 원뿔)' 또는 '세계 박람회의 뿔'이라며 흥미있게 보도했다.
그 후 이 아이스크림콘은 한순간에 유행이 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물론 이 유행은 한반도에도 밀려들었는데 이것이 나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한 농촌 소년을 한때 매우 난처하게 했다.
일제 강점기 때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생이던 소년은 여름 방학을 맞아 형님을 따라 형님 처가가 있는 대도시로 갔다.
산촌소년에게 도시는 별천지였다.
어느 가게 앞에서 형님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이스크림 사 줄까."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형님이 사 주신다니 좋은 거겠지 생각하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먹어 보니 정말 맛있었다.
입안이 얼얼하게 차갑고도 달콤했다.
이걸 다 먹을 즈음 형님이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갔다.
값을 치른 후 형님이 소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가자."
하지만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바닥을 내려다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형님이 영문을 몰라 묻자 소년이 대답했다.
"형님. 그릇을 그만 떨어뜨렸습니다.
이 망가진 걸 어떻게 돌려줄지…."
소년은 콘 위의 알맹이만 먹고 그릇, 즉 콘은 당연히 가게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걸로 알았던 것이다.
마치 물그릇이나 빵 접시처럼.
형님은 크게 웃었다.
"야 이 촌놈아, 아이스크림은 그릇 째 먹는 거야. 돌려주는 게 아니란다.
"
몇 십 년 후 이 '촌놈 소년'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때도 역시 촌 소년들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농촌은 여전히 쪼들리고 가난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촌 소년들까지 아이스크림 정도는 사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대통령은 불의의 총격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피격 직후 비서실장에게 업혀 군병원으로 온 대통령의 신체를 검사하던 군의관 J 대위는 처음 그가 대통령일 줄은 짐작도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경위 조사를 받을 때 그 대위는 "왜 대통령인 줄 몰랐는가"라는 수사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수사기록).
"시계가 평범한 세이코였고 넥타이핀의 도금이 벗겨져 있었으며 혁대도 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
나라의 가난을 해결했지만 그 자신은 가난하게 살았는가. 이런 대통령이 타계 4반세기 만에 '사과'를 하느니 어쩌니 하는 말이 들린다.
사과라는 말이 문법에 맞는 말인지, 무엇에 대한 사과를 하자는 것인지, 또 입 닫은 망자(亡者)에게 어떻게 사과를 시키자는 것인지 실마리를 잡을 수가 없다.
야당 당수인 그 딸이 사과하면 된다는 얘기가 바로 그 야당 안에서 나오고 있다는데 이 또한 무슨 이치인지 헷갈린다.
이렇게 되면 그 대통령은 과연 '잘난 딸'을 두었다고 할 것인가, '못난 딸'을 두었다고 할 것인가.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워온다.
이래저래 이번 여름은 시원하기 글렀나보다.
최재욱 전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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