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는 이렇게 본다-'아줌마'와 소비생활

"아줌마!"

길을 걷다가 "아줌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움찔하게 된다.

돌아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 하는,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일종의 체념 같은 느낌이랄까.

아줌마는 이 땅에서 '제3의 성'이다.

그런 별칭은 억척스럽게 물건값을 깎고, 공짜라면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모습에서 붙여진 것이리라. 아줌마로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로 이 땅에서 별난 존재로 취급받는 아줌마들 모습을 가까이서 접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결혼 14년차. 맞벌이 한 지도 벌써 11년째. 아줌마로서 대형소매점에서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다 보니 같은 아줌마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게 된다.

교환.환불이 쉽다는 점을 이용, 충동구매를 해 일정기간 사용 후 아무런 미안함 없이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환불한 상품들은 결국 쓰레기가 되고, 결국 자원 낭비로 이어진다.

또 상품에 부착된 증정품만 떼내고 본 상품은 환불하는 경우도 있고, 얼룩진 옷을 들고와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떤 아줌마들은 무조건 매장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항의하기도 한다.

또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울고 상품을 망가뜨려도 정작 엄마들이 잘못을 지적하거나 야단을 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이런 모습 때문에 아줌마들이 이 땅에서 외로운 섬같은 존재로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아줌마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모습들을 내 속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결혼 직후부터 지금까지 경제권은 내가 줄곧 쥐고 있다.

남자들은 아내가 경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특혜처럼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해진 돈으로 가정경제를 꾸리다보니 마이너스가 날 때도 있고, 생각 외의 지출도 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통장 잔고를 뻔히 아는 아줌마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할테니, 가끔 억척스런 고객들에게 씁쓸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줌마'란 호칭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호칭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아줌마들의 몫이 아닐까.

전미경(이마트 성서점 CS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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