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날씨도 더운데 휴가나 다녀오지." "어휴 이렇게 더워서야 어디 움직일 수나 있나요. 저는 천천히 갈랍니다."
체온을 웃도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너무 더워서 피서도 못떠나겠다'며 휴가일정을 연기하는 근로자들이 늘면서 기업체 인력운영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무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7월말∼8월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던 휴가행렬도 8월말까지로 분산되고 추석이후로 휴가를 연기하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포항공단 한 업체 김모(48) 부장은 "휴가자 중복에 따른 업무공백 등을 우려해 이달초 휴가계획서를 다 받아 뒀는데 이제와서 연기하겠다는 사람이 많아 고민"이라며 "특히 자녀방학 등과 관계없이 아무때나 쉴 수 있는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당초 일정을 취소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업체의 김창규(35) 대리는 "예정대로 가는 사람은 콘도나 팬션, 민박 등에 예약을 했거나 돈까지 이미 지불한 사람만 떠날 뿐 특별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았거나 야영하겠다는 사람은 8월 둘째주 이후로 늦추는게 대세인 것 같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휴가를 떠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퇴근시간까지 늦추는 근로자들도 많아졌다. 평소에는 오후 7시면 대부분의 사무실에 전기가 꺼지는 것과 달리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주부터는 '신고 안된' 야근자도 늘었다. 시워한 사무실 에어컨 바람 쐬면서 컴퓨터 오락을 즐기는 '퇴근거부자'들이 생겨난 것.
한 철강사 백모(42) 과장은 "에어컨도 없는 집에 들어가도 고역이고 술 마시기에도 너무 더운 날씨여서 인터넷 온라인 게임 하다가 밤 9시가 넘어 귀가하는 사람이 부서마다 서너명씩"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비, 전력점검 등을 책임지고 있는 ㅅ사 장모 총무팀장은 "특별한 업무도 없이 늦게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들 때문에 덩달아 퇴근도 늦어지고 기타 신경쓰이는 일이 한 둘 아니다"고 푸념했다.
급기야 ㅇ사, ㅍ사, ㄷ사 등 포항공단내 대형 업체들은 휴가연기자가 늘면 8월 하순 이후 업무차질이 우려된다며 직원들에게 예정대로 휴가를 실시해 줄 것을 당부하는 내부 게시물을 띄우고 부서장들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등 '휴가철 휴가실종' 대비책 수립에 나섰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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