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수도권은 반대하고 충청권은 찬성하고 있으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여타 지역은 뚜렷한 찬반입장없이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여야 입장이 찬반으로 갈림에 따라 여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은 찬성이, 야당 지지도가 높은 영남은 반대 기류가 다소 강한 '정치적 경향성'이 엿보이는 정도다.
'지방의 관점'에서 신행정수도 논란을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포항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영호남이 신행정수도에 침묵하는 것에 대해 서운해 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참여정부의 지방화 전략의 핵심으로 공공기관 이전도 이와 연계돼 있는데 영호남은 공공기관 유치 신청만 해놓고 신행정수도에 대해서는 나서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성 위원장의 이같은 언급은 신행정수도에 대한 한나라당과 수도권의 반대로 정부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만큼 특히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영남이 나서서 도와달라는 일종의 '구원 요청'일 수도 있다.
지방에 대해 답답해하는 여권 인사들은 이외에도 적지않다.
경남지사를 지낸 열린우리당 김혁규(金爀珪) 의원은 부산에서 "부산이 제2의 도시에서 밀릴까 걱정해 신행정수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수도 건설은 국가 의사 결정의 중심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일대 전환으로 부산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도 "신행정수도 건설 예정지인 공주, 연기와 가까운 대구.경북 특히 경북 북부지역이 크게 발전할텐데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경남, 호남, 강원 등지 주민들은 대부분 신행정수도에 대해 무덤덤하다.
'그건 충청도의 일이지 우리 일이 아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한나라당 이명규(李明奎) 의원은 "지인(知人)들을 상대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을 물어본 결과 반반이었다"며 "한마디로 기회인지 위기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라고 정리했다.
지방분권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은 지방민이 신행정수도에 무관심한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수도권 주민도 설득해야 하지만 방관하는 지방민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구(李漢久), 이상배(李相培)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지역 의원들은 정부가 수도권 주민을 설득하지도 지방민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불가능한 일을 추진한다고 떠벌려 충청권의 표로 '재미'만 거듭 보려는 저의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부 부처의 각 지방 분산으로 행정수도에 옮길 기관의 수를 줄이는 방안 등 대안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반대 세력을 무시하고 '마이웨이'를 외쳐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분권 전문가들은 한나라당 등 야당의 대안없는 반대에 대해서도 각을 세운다.
정치 논리가 신행정수도 논란을 지배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김형기(金炯基) 경북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려면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공동화를 해소할 대안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황폐화하는 '지방'을 살릴 구체적 대안이 없으면 지방은 무책임한 반대, 정치적 반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행정수도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제 지방이 나서야 할 때'란 인식이 싹트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지방이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인데 성 위원장의 말대로 신행정수도 건설의 무산이 국가균형발전의 무산으로 이어진다면 지방은 다시 없는 기회를 잃는 셈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대구.경북, 부산.경남, 호남 등 각 지역은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신행정수도건설의 의미와 부작용을 세밀하게 따져 각각의 입장을 정리,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리된 입장이 '찬성'이든 '반대'든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 발전의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사무처장은 "지방화의 주체는 지방인 만큼 지방의 관점이 필요하다"며 "신행정수도 문제에 대해서도 대구경북이 방관자로 남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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