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대선 2004> 전당대회 화려한 '올스타전'

윤동영특파원 = 미국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전당대회 첫날(26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날이자 화려한 '올스타들의 날'이었다.

전당대회장을 꽉 채운 3만5천여명의 대의원과 참관객 및 보도진의 기대속에 마

지막 연사로 등단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25분간의 연설을 통해 청중의 감응을 이끌

어 내며 첫날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이날 연사들은 주로 안보및 대외정책을 놓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실패'를 비판하고 케리 의원의 이 분야 자질과 비전 제시에 주

력하는 등 부시 진영에 대한 안보 이슈 역공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측은 자신들도 국가안보와 미국을 겨냥한 테러 위협 대처에 소홀하지 않

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9.11테러공격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도 이날 연사로 초청했

다.

또 이 연설후엔 '어메이징 그레이스' 바이올린 연주속에 대회장 조명을 낮추고

대의원들에게 미리 나눠준 휴대용 소형 라이트를 켜 9.11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게 하

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날 연설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 정권하에서 경제가 좋았던 시절을,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빼앗긴 2000년 대선 승리'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한 안배

라는 게 민주당전국위원회측 설명이다.

첫날 등단한 연사들이 모두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고 '케리'를 말한 가운데 청중

들은 '부시'라는 말만 나오면 "우"하고 야유했다.

청중들은 그러나 선거광고 사진을 촬영키 위해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모두 일어

섰을 때 '케리'를 연호한 외엔 한번도 케리를 연호하지 않아, 민주당의 최근 유례없

는 결속이 케리 의원에 대한 열정보다는 '반(反) 부시' 열정때문이라는 일반적인 분

석을 뒷받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특히 "나를 포함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베트남전 참전을 기피했을 때 케리 의원은 특권층으로서 참전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나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자신을 '희생'시키며 케리 의원을 치켜 세웠다.

이어 청중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케리 의원의 솔선과 지도력 사례를 들 때마다

"나를 보내달라"고 한목소리로 외치며 연설에 참여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험

한 파도를 헤치고 나갈 새 선장'으로 "케리를 (백악관에) 보내자"고 외쳐 다시 기립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 못지 않은 환호를 받은 힐러리 의원은 당초 이날 연사에서 제

외됐다가 뒤늦게 클린턴 전 대통령 '소개 역할'로 포함됐으나, 연설의 대부분을 케

리 의원 소개에 할애한 뒤 "재직 8년간 미국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준" 남편을 연

단에 부른 뒤 한동안 포옹, 청중을 열광시켰다.

힐러리 의원은 케리 의원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지나치게 심각한 표정'을 "이

심각한 시대에 중대한 일을 맡을 진지한 지도자"라는 찬사로 바꿔놓았다.

전대 개막 첫날이자 월요일인 이날 당초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커녕 특히 대회장

주변 시내 도로는 휴일처럼 한산했다.

라디오 방송에선 시민들이 교통체증을 우려, 승용차 운행을 자제한 때문으로 분

석하고 "그러나 오늘 한산했다고 해서 내일도 그러리라고 예단해선 안된다"는 교통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전당대회장 1층 복도엔 벽을 따라 케리 의원의 일생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들이

죽 이어 내걸리기도 했다. (보스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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