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평화에 대한 질문

광복절이 다가온다.

늘상 세계는 불안정하고 국내정세는 어지러워서 우리가 진정으로 '광복'을 맞았는가 의심해보기도 하는 그런 광복절들이 많았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부시의 전쟁과 이라크 파병, 김선일씨의 죽음과 최근 군의 고의적 보고누락 사건까지 온통 혼을 빼앗고 정신을 흔드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전쟁과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1998년 '무장갈등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6개국 중의 1개국은 분쟁 중에 있다고 한다.

나의 안전보장과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본능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는 뜻이라고 본다.

이준 열사가 참가했던 '만국평화회의'로 잘 알려진 제3차 '헤이그 평화회의'가 1999년 7월 열렸었다.

이 회의 이후 세계적으로 중요한 평화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평화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조금씩 평화의 기운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우리가 짐짓 이 운동에 귀 기울일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이 운동을 던져두었다가는 결국 먹고사는 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평화운동은 배부를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하는 운동이다.

지금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정세와 환경들이 '평화'를 생각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로 그 때가 아닌가.

이 글을 쓰며 다시 느끼는 바, 우리는 그동안 평화를 너무 쉽게 발음해왔다.

그리고 정작 너무나 평화를 어렵게 생각해왔다.

대체 평화란 무엇인가?

평화에 대한 논의를 크게 4가지 주제로 나누어 보자면 첫째, 군축과 인간안보에 관한 것. 둘째, 무력분쟁의 방지.해결과 평화적 이행에 관한 것. 셋째, 평화와 관련된 국제인도주의법, 인권법과 그 기구들에 관한 것. 넷째는 전쟁의 근본적 원인 (평화의 문화)과 관련된 것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일별하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평화의 적은 바로 전쟁이다.

3차 헤이그 평화회의가 채택한 의제의 10가지 기본원칙도 대부분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전쟁은 가난과 경제적 불평등, 인종적 종교적 갈등과 민족주의 운동, 환경악화와 자연자원의 부족(자원의 잘못된 사용), 식민주의의 지속(원주민의 소외), 미디어의 폭력선정성, 인권보호의 실패 등을 원인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이 열거 속에 평화는 없다.

또한 이것을 뒤집으면 평화의 문화가 있다.

3차 헤이그 평화회의가 채택한 의제의 10가지 기본원칙도 대부분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각국의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어쩌란 말인가? 나는 전쟁을 원치 않았고, 평화를 갈구하지만 세계는 늘 전쟁이나 분쟁 가운데 있는 것을. 나처럼 작은 존재가 세계평화를 논하는 것이 정말 '세계평화'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어쩌면 우리 소박한 개인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살지도 모른다.

)

인드라망은, 세계가 어망의 그물코같이 하나로 엮여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나 한 사람은 전 우주의 그물코 하나와 같고, 내가 없으면 그물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평화에 대한 의지가 세계평화에 큰 획을 긋지는 못할지라도, 분명 큰 의지는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 하필 문화답사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낸 우리 국가인 만큼, 우리 국민들이 평화에 대해 진지하게 소원하는 것은 지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완벽한 평화상태에 대한 비전을 그리기에는 뭔가 너무 모르고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일상을 돌아보고, 평화롭지 못한 모든 것을 뒤집어보고, 찾아다니며 평화를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평화교육을 준비해주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비폭력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기술을 배우고, 인권과 평등에 대한 신념을 키우고, 전지구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여 있음을 알게 한다면, 적어도 완벽한 평화에 대해 아이들이 비전을 품고 살수는 있지 않을까. 미래세대의 평화비전을 위해 어른들이 먼저 평화를 배워야 하리라.

송애경 전 포항여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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