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역시 상상력의 공장이다.
거대한 자본에 바탕을 둔 그들의 상상력의 향연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하다.
2035년 첨단미래 세계와 1700년대 중세유럽을 넘나들며 환상의 여행을 떠날 영화 '아이, 로봇'과 '반 헬싱'이 29일과 30일 나란히 개봉한다.
◆아이, 로봇(I, Robot)
2035년 미국 시카고. 인간은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생활의 모든 편의를 제공받으며 편리하게 살아간다.
SF계의 전설적인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장착한 이 영화 속 로봇들은 인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등 신뢰받는 인간의 동반자다.
인간과 충직한 로봇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 이 영화가 내세우는 미래상일까.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모든 로봇이 인간에게 충성할 거라는 것은 인간만의 생각이다.
로봇 세계에도 어떻게든 튀려고 애쓰는 '놈'은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최신형 가정용 로봇인 '써니'가 출현하면서 영화의 재미는 시작된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대충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영화상 설정은 신선하지는 않다.
어찌 보면 속이 광케이블로 꽉 찬 로봇인간이 인격을 꿈꾼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와 많이 닮아 보인다.
또 첨단기술의 결함이 곧 인간을 위협하고 지배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은 여타의 SF물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화려한 그래픽과 첨단영상 기법을 동원한 액션 신에 승부를 건 듯 보여진다.
'반지의 제왕', '글래디에이터', '인디펜던스데이'의 그래픽 핵심팀들이 만든 인간과 로봇의 대결을 그린 특수효과는 탁월하다.
특히 순진한 얼굴에서 일순간 돌변하여 무섭도록 냉정해지는 로봇의 이중적인 마스크는 단연 으뜸이다.
또 터널에서의 속도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로봇과 형사 스프너의 싸움장면, NS-5 로봇부대와 쇠파이프로 무장한 인간 시위대의 대규모 전투장면 등이 주는 스펙터클함은 좀더 짜릿한 눈요깃거리를 필요로 하는 관객들에겐 안성마춤.
'나쁜 녀석들' 시리즈에서는 범죄자들과, '맨 인 블랙' 시리즈에서 나쁜 외계인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윌 스미스가 이번엔 형사 스프너로 나와 나쁜 로봇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기존의 코믹한 캐릭터가 아니라 약간의 편집증적인 기질을 겸한 침착하고 치밀한 형사로 연기 변신을 꾀하는 그의 노력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수많은 볼거리에 너무 치중해서인지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부족해 아쉽다.
영화 'A.I.'가 '합금'에서 '체온'을 끄집어내듯 찡한 연민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한 느낌이다.
'크로우', '다크시티' 등 조금 어두운 색채의 미래상에 심취해온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그런 것일까. 29일 개봉, 상영시간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반 헬싱(Van Helsing)
윌 스미스가 로봇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면, 휴 잭맨은 흡혈귀로부터 인간세계를 지켜내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반 헬싱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일랜드 출신 작가 브람 스토커의 원작 소설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사냥꾼'으로 첫선을 보인 인물. 그러나 30일 개봉하는 영화 '반 헬싱'은 원작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 태어난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평생을 '드라큘라 사냥'에만 전념했던 모습에서 박차고 나와 젊고 패기 넘치는 바티칸 교황청의 비밀요원이 돼 세상의 모든 악을 소탕하기 위해 나선다는 것이 큰 줄거리.
세상의 모든 악을 처단해야 하는 만큼 이 영화에는 그동안 자신만의 영역과 카리스마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큘라뿐 아니라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등 다양한 공포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모아 놓았다.
흡혈귀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공포영화보다 액션 어드벤처 물에 더 가깝다.
감독이 '미이라' 시리즈를 만든 스티븐 소머즈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영화가 주는 재미는 여느 여름 블록버스터급에 손색이 없다.
가면무도회 장면이나 반 헬싱이 하이드, 늑대인간, 드라큘라 등과 싸우는 장면들은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시쳇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현란한 영상에 얼이 빠질 지경.
게다가 피부가 서서히 삭아서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가루로 변하거나, 흡혈귀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고, 인간이 늑대로 바뀌는 장면은 시선을 휘어잡을 정도로 속도감 있고 매끄럽다.
특히 커다란 날개를 휘저으며 날아다니는 여성 흡혈귀 캐릭터는 화려한 CG 테크닉의 결정판. 같은 재료지만 요리법에 상당한 신경을 기울인 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중세시대의 007'이라는 닉네임처럼 반 헬싱이 장착하는 다양한 신무기들도 재미있다.
제임스 본드가 임무에 착수하기 전 반드시 들르는 무기 실험실처럼 반 헬싱 역시 로마 교황청 지하에 위치한 비밀병기 창고를 찾는다는 설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중세 로마 교황청의 명령을 받아 유럽을 돌아다니며 괴물들을 해치우는 임무를 부여받은 '반 헬싱' 역에는 '엑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휴 잭맨이 맡았다.
또 400년 동안 드라큘라와 전쟁을 벌여온 발레리우스 가문의 마지막 후예 '안나' 역은 '헌티드', '진주만' 등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과도 친숙한 케이트 베킨세일이 열연했다.
여전히 섹시하다.
30일 개봉, 상영시간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사진: 영화 '반 헬싱(Van Hel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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