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분별 골재채취, 낙동강 양수시설 '마비'

하천 생태계 파괴와 홍수조절 능력 저하를 초래해 온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골재 채취가 양수 시설마저 제구실을 못하게 해 농업용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29일 농업기반공사에 따르면 낙동강을 끼고 있는 지자체들이 앞다퉈 골재를 채취, 해마다 30∼50cm씩 강바닥이 낮아지면서 흡수관이 수면 밖으로 드러나 양수기능을 못하는 바람에 개보수 예산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지자체가 개보수 예산을 국비 지원으로 시행하면서 무더기로 사업비를 신청해 예산이 부족한데다 골재채취 수익금을 이 사업에 지원하는 지자체가 전무해 결국 농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구미지사 관할 낙동강 유역에 설치된 양수시설 중 15곳이 골재 채취로 1∼2m씩 강바닥이 낮아져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개보수에 필요한 국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구미시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고철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구미시가 운영하고 있는 해평 낙산, 월곡, 옥성 초곡 등 골재채취장 주변에 설치된 월림.송당.낙산.해평양수장의 경우 강바닥이 2m이상 낮아지면서 흡수관 연장 보수공사를 벌였으나 이마저도 2, 3년 정도 지나면 무용지물이 될 형편이다.

농업기반공사 구미지사 조영재 계장은 "문제의 양수장들은 올 봄까지 전혀 강물을 끌어들이지 못할 정도로 강바닥이 낮아졌었다"며 "임시방편으로 흡수관을 연장했으나 흡수관 길이가 8m를 넘으면 관내에 공기가 유입돼 양수를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인근의 칠곡 왜관양수장도 지난 1998년 1억여원의 예산으로 양수장을 2m정도 낮추는 보수공사를 벌였으나 강바닥이 계속 낮아지는 바람에 지난해 한 차례 30cm의 흡수관 연장공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2000년 같은 공사를 벌인 기산 노석양수장을 비롯해 낙동강 유역에 설치된 양수장 5곳이 2, 3년내에 양수기능을 못할 것으로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내다봤다.

달성지역의 하산.현풍양수장과 고령 월성양수장도 이미 2∼3m 낮게 설치하는 공사를 마쳤으며 우암양수장도 강바닥이 낮아지면서 제구실을 못해 올 하반기에 국비지원을 통해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칠곡지사 박인섭 사업부장은 "농업용수 사용량이 해마다 늘고 있다"며 "수중보 형태의 물가두기 시설을 만드는 등 항구적 양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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