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장에서 숲향기 맡아요"

포항공단 철강업체 조경작업 한창

포항공단 철강업체들이 공장주변 조경을 새롭게 하고, 시멘트 담장을 산뜻한 벽화로 장식하는 등 공해공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갈색 녹물과 검은 매연, 매캐한 악취 대신에 공장 안에서 푸른 숲을 보고 꽃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야심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공단 내에서 가장 크게 바뀐 곳은 1단지 한국시멘트 포항공장 주변. 이 회사는 오래된 벽돌담과 키 높이만큼 자란 잡풀이 뒤덮고 있던 담장 주변 400m 구간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는 현대종합금속도 함께 해바라기를 심어 요즘 이곳엔 꽃 구경 나온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공단 2단지의 코스틸과 애경P&C는 두 공장을 연결해 1㎞가 넘는 긴 담장을 벽화로 채웠다.

갈색 녹물과 뿌연 분진 등이 범벅된 것처럼 보이던 종전 담벼락이 자취를 감췄다.

대신 알록달록한 색채로 시각적인 효과를 강조한 이 일대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가볍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들 공장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주)포스콘 남상국 팀장은 "마주보는 업체의 담장이 깨끗하게 정리되면서 우리 회사의 근무환경도 좋아졌고 직원 표정도 밝아졌다"고 했다.

또 INI스틸은 2단지에 있는 포항2공장의 1.3㎞에 달하는 담장을 담쟁이 덩굴로 장식키로 하고 최근 2년생 묘목 1만5천그루를 심었다.

박종규 환경안전부장은 "담쟁이 덩굴로 뒤덮일 때 쯤이면 철강공장 특유의 삭막함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며 "지금은 볼품없지만 3, 4년 내에는 포항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포항공단 3단지에 있는 태창철강은 공장인지 호텔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빼어난 조경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담장 대신 대나무와 소나무, 벚나무 등으로 장식했다.

옛 양반집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공장에는 전국에서 매일 견학자들이 몰린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 윤영대 관리부장은 "업체들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포항공단이 대표적 공해공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올 들어 회사 내외부의 환경에 투자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어 내년쯤이면 훨씬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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