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고객 안중에 없는 은행수수료 인상

은행들이 또다시 수수료 인상을 예고해 폭염에 찌든 서민들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다.

올해 들어 몇 차례 수수료를 올렸는데 그것도 모자라 8월부터 국민은행은 각종 수수료를 인상한다고 하고 제일은행과 기업은행도 인터넷뱅킹과 타행 이체수수료 등 각종 거래비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동반 인상도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은행들은 앞으로도 계속 수수료를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입장은 현행 수수료 수준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데다 수수료가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어 앞으로도 원가를 보전할 때까지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지는 몰라도 국내 시중은행들의 수수료는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섰다.

그 결과 고객들의 은행 수수료 부담은 1년치 500만원의 예금이자 수입을 초과한 지 오래이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체제하에서 예금자들은 이자 수입으로 수수료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지경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렇듯 수수료 인상에 집착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고질적인 부실경영때문이다.

지난해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은 그간 부실대출에 따른 대손충당금 규모가 급격하게 커져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경영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험가중자산비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인데 향후에도 이런 추세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금도 달갑지 않다는 점이다.

저금리에다 경기 부진으로 어렵게 돈을 굴려봐야 수익률이 연간 0.5% 정도인데 누가 힘들게 돈을 굴리려고 하겠는가. 그런데다가 수익증권 투자 등 선진적인 자산 운용을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그러니 땅 집고 헤엄치기인 수수료의 대폭적인 인상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러다간 시중 자금을 순환시키는 금융 본래의 업무가 지장을 받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이다.

시중은행들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후진적인 경영만 계속할 것인지 묻고 싶다.

요즘 은행들은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극도로 억제해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등 내수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재 및 자본재 등의 물가상승률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인데 은행들마저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인상한다니 서민들은 이래저래 괴롭기만 하다.

외환 위기로 국민들에게 천문학적인 부담을 지운 은행들의 후안무치를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은행들의 수수료 인상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한다.

김태용(대구시 고모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