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옛백제 \'공주\'를 가다

'잊혀진 왕국' 백제. 패망이 불러온 파괴, 그리고 오랜 소외. 같은 왕도였으나 경주에 비해 공주와 부여는 유적이나 답사물에서 '가난'하다. 그래서 백제는 여백이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무려 146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2004년 공주를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에 서도록 만들었다. 초대 온조왕에서 마지막 의자왕까지 31명의 왕이 600여년의 짧지 않은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의 수도 웅진(공주), 사비(부여)를 둘러봤다.

비단처럼 아름답다하여 '비단(錦)강'이라는 이름을 얻은 강, 금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정기어린 계룡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충남 공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만큼이나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역사의 도시다.

백제 문주왕 원년(475년)에 하남 위례성에서 천도해 성왕 16년(538년)에 사비성(부여)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5대 64년간 도읍지였던 공주(웅진). 공주는 백제의 옛 도읍답게 곳곳에문화,유적이 눈에 띈다.

대전을 지나 유성에서 공주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게 공산성이다.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한강유역에서 이곳으로 천도하여 부여로 옮길 때까지 왕도를 지킨 산성이다.

공산성에 갈 때는 마음의 여유를 먼저 챙기는 것이 좋다. 공산성 입구에서 언덕길을 잠시 오르면 금서루(錦西樓)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산책로를 따라가는 방법과 산성 위를 걷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숲속 길을 걷고 싶다면 산책로를 따라가고, 아름다운 금강변을 바라보며 산책하고 싶다면 산성 위를 걷는 것이 좋다. 한가롭게 공산성을 산책하다보면 여느 아름다운 숲속 산책이 부럽지 않다. 연인과 함께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성내는 산성의 서문인 금서루를 비롯해 북문인 공북루, 남문인 진남루 등의 문루와 사찰인 영은사가 있고, 만하루, 임류각, 광복루, 쌍수정 등의 누각과 연못 두 곳이 있다.

무령왕릉. 무령왕릉을 보지 않고는 백제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령왕릉은 백제문화의 골수다. 1971년 배수로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은 패망 이후 막후로 밀려난 백제를 역사의 무대 위로 올려놓았다. 수습된 유물만 108종에 2천900여점.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0여점이다. 문서 기록을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던 백제 왕조의 실체를 확인시켜 주는 국보급 보물들이 다수 출토되어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무령왕릉에 직접 들어가 볼 수는 없다. 내부 보존 문제로 영구 폐쇄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시관은 무령왕릉과 인근 5, 6호 무덤을 실물과 똑같이 복원해 놓았다. 절개 모형을 통해 무령왕릉 내부도 생생히 보여준다. 무령왕릉의 축조 방법과 왕의 생애 등도 알기 쉽게 전해준다. 주요 유물 모형, 각종 영상.패널 등 첨단 시설이 이해를 돕는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실제 유물은 뒤쪽 산기슭에 새로 마련한 국립공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무령왕릉 전시관을 보고나면 출구쪽에 바로 송산리 고분군이 나온다. 무령왕릉을 포함, 왕과 왕족의 무덤 7기가 자리한 고분군이다. 위쪽에서 보면 멀리 계룡산에서부터 물결쳐온 산자락에 폭 싸인 공주가 쏙 들어온다.

바로 언덕 넘어 국립공주박물관이 있다. 천오백살 넘은 돌부처들이 7월의 뙤약볕 아래 옷깃을 매만지며 손님을 맞고 있다. 상설 전시관 1층은 무령왕릉실로 꾸며놨다.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인 석수(石獸)와 묘지석를 비롯해 목관재, 금동신발, 베개와 발받침 등 무령왕과 왕비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유물들로 가득 차 있다.

그밖에 백제와 중국 남조 사이의 교류를 살필 수 있는 청동거울과 중국도자기들도 전시되어 무령왕 시기 백제문화의 국제적 성격과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2층 전시관 웅진문화실에는 공주 송산리와 공산성 등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지난 5월 14일 현재의 건물로 이전, 개관했다.

박물관 앞 도로를 건너면 금강이다. 이 금강변에는 애틋한 곰나루 전설을 간직한 사당이 있다. 아득한 옛날 이곳에는 동굴에서 살던 암곰이 나무꾼을 강제로 잡아다 동굴에 가두고 결혼해 살면서 아이를 셋이나 두었으나 곰이 방심한 틈을 타 자식을 버리고 도망간 남편을 원망하며 자식과 함께 투신자살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구릉지의 야산에 있는 곰사당(웅사당)자리에서 6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마모가 심한 곰상이 발견됐는데, 진품은 박물관에 보관중이고 현재 사당에는 복제품 석조곰상이 있다.

곰나루 앞 도로로 약 30km쯤 가면 백제의 마지막 도읍 부여가 나온다.

◇ 가는길

경북고속도로-무주.진주 방면(대전 조금 못미쳐)- 서대전-유성IC(IC 바로 앞이 대전월드컵 경기장)- 좌회전 공주 방면-공주

◆공주 시티투어◆

제한된 시간 내에 공주에 있는 백제의 전통과 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제1코스와 제2코스로 나눠 운영하는 시티투어는 제1코스는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 오전 10시 공산성 주차장에서 출발해 무령왕릉-곰나루-국립공주박물관-우금치 전적지-민속극박물관-웅진교육박물관-공산성을 순회한다.

또 둘째,.넷째 일요일에 운행하는 제2코스는 공산성-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임립박물관-계룡산도예촌- 박동진판소리전수관-공산성을 돌아오게 된다.

7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시티투어에는 가이드가 동승, 자세한 관광안내를 해준다. 요금은 무료(박물관이나 공산성 등의 입장료와 체험 경비는 이용객 부담). 문의: 041)856-7700.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사진 : 공산성에는 금강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산책할 성벽이 있고, 우거진 숲과 숲 사이의 산책로가 있다. 사진은 공산성 4개 성문 중 서쪽에 위치한 금서루.(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