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앞산 산책로에는 검은색의 작은 추모비가 세워져 등산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30cm 높이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추모비는 3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앞산을 오르내리며 산책로와 공원을 정비하고 쓰레기를 치워온 앞산 지킴이 유기수(65)씨를 기리기 위해 최근 세워진 것. '유대장'은 누구보다 앞산을 사랑했던 유씨에게 등산객들이 붙여준 호칭이다.
이 비석은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등산길에 나서던 유씨가 지난 1일 경북 의성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앞산을 통해 유씨와 친분을 쌓았던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마련한 것.
20여년 전부터 친분을 가진 계명대 미대 이중희(55) 교수는 "매년 여름철이면 삽, 낫 등을 지고 산에 올라와 호우로 산책로가 파이거나 도랑이 훼손된 곳을 찾아 허리를 숙여가며 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고인을 기렸다.
유씨는 또 앞산의 건강 지킴이로도 유명했다.
등산로 곳곳의 소규모 체육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체조강습을 했고, 철봉과 평행봉 등 운동기구가 부서지면 손수 칠을 하거나 수리했다.
그가 몸 담았던 생활체육 대구시 육상연합회의 최은식(60) 부회장은 "앞산을 자기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며 건강을 지키기위한 운동 보급에 힘썼다"고 기억했다.
이런 활동 탓에 유씨는 '앞산 산신령' '유대장'으로 불렸고, 유씨를 사랑했던 등산객들은 유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며칠동안 검은 조복을 입고 산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유대장'을 기리는 이 작은 흔적도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원관리사무소 측이 앞산내에 개인 추모비가 세워진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
유씨의 앞산 친구들은 "하늘에서도 앞산을 그릴 고인을 생각하며 작은 메아리라도 전해주고 싶다"면서 추모비 보존을 소망하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사진: 26일 오후 앞산을 즐겨찾는다는 이중희(55)씨가 30여년간 앞산 지킴이로 산 유씨를 기리기 위해 앞산 산책로길 구석에 세워진 기념비석 주변의 풀을 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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