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에서 무대와 객석은 분명한 경계가 있다.
또한 콘서트홀의 무대는 객석보다 높다.
2, 3층 객석에 있지 않은 한 청중은 연주자를 올려다 봐야 한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청중은 숨 죽이고 앉아 음악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한다.
서양음악에서 청중은 '소비자'이다.
반면 우리 음악에선 무대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우리 전통 음악이 펼쳐지는 '판'에서 연주자와 청중 간에는 수직적인 높이 차가 없다.
우리 음악에서 청중은 공연과 전혀 분리된 사람들이 아니다.
국악에서 청중은 추임새를 통해 항상 판에 참여한다.
우리 음악이 펼쳐지는 곳은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는 '대동(大同)'의 신명 판이 된다.
현재 국립국악원에 보존돼 있는 국악기는 64종에 달하는데, 그 중 일부는 주법이 잊혀져 전시만 되고 있다.
국악기를 만드는 주요 재료는 쇠, 돌, 실, 대나무, 바가지, 흙, 가죽, 나무 8가지로 나뉜다.
이 여덟 가지 재료는 팔음(八音)이라고 하며 재료에 따라 다른 특성의 소리를 담고 있다.
마음에도 유전자가 있다면 한국인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국악기의 소리가 깊이 각인돼 있을 것이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넬리 같은 서양의 현악기들은 한 개에 수십억원씩 하는 것도 있다.
대구시향의 한 단원이 가진 현악기의 경우 활 값만 5천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반면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우리 국악기들은 이솝우화에서 나오는 못 쳐다볼 '신 포도'가 아니다.
국악기의 경우 명인이 만든 명품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보통 1천만원을 넘지 않는다.
가야금의 경우 전문 연주자들이 쓰는 것은 200만∼300만원 정도이며, 명인이 제작한 500만∼800만원짜리 가야금을 쓰는 이도 간혹 있다.
대금 30만∼100만원, 거문고 150만∼300만원, 해금 40∼150만원, 장구 10만∼30만원 정도면 전문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국악기 판매상의 귀띔. 국악기 가운데 가장 비싼 편종과 편경의 경우도 2천만원 정도를 넘을 뿐이다.
사물놀이 네 악기를 장만하는 데도 연습용 수준이라면 모두 합쳐 20만원 범위 안에서 구할 수 있다.
국악기가 양악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유통단계가 복잡하지 않고 생산 시스템이 영세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값싼 중국산 국악기가 대량 수입되고 있다.
국악기의 값이 서양악기보다 싸다고 해서 소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가야금의 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오묘한 소리의 떨림이란! 그런데도 오디오나 방송 등을 통해 나오는 국악기 소리에 몰입하기 힘든 것은 '우려낸 육수맛'과 같은 깊은 현장감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음향 기계를 통해 듣는 우리 국악은 마치 '장화 신은 소가 지나간 강물(牛渡江湯)' 처럼 맨송맨송하고 낯설기만 하다.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국악기 소리는 제대로 재생하기 힘든 '고지'로 통한다.
국악기 소리를 제대로 표현해 내야 좋은 오디오라는 것이다.
김해용기자kimh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